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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 '천차만별'… 수도권 민간병원, 지방 공공병원보다 월등히 높아
  • 정하리 기자
  • 등록 2025-12-18 08: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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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3 상급종합병원 외래 비급여비율 상/하위 10개병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국내 상급종합병원 간 비급여 진료비 비율이 병원 설립 유형과 지역에 따라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소재 민간병원의 비급여 의존도가 지방 공공병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병원별 격차는 최대 5.6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급종합병원 외래·입원 비급여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45개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경실련 분석 결과, 병원 간 비급여 비율의 격차는 외래와 입원 모든 부문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외래 진료의 경우 인하대병원의 비급여 비율이 28.5%로 가장 높았던 반면, 화순전남대병원은 5.4%에 그쳐 두 병원 간 격차는 약 5.3배(23.1%p)에 달했다. 입원 진료에서도 강남세브란스병원이 18.4%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릉아산병원은 3.3%로 최저치를 보여 5.6배(15.1%p)의 차이를 나타냈다.

 

설립 유형별로는 민간병원이 공공병원보다 과잉 비급여 진료 경향이 뚜렷했다. 외래 기준 민간병원의 평균 비급여 비율은 15.0%로 공공병원(9.7%)보다 5.3%p 높았다. 입원 기준 역시 민간병원(11.2%)이 공공병원(9.4%)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외래 비급여 비율은 17.3%로 비수도권(10.1%)보다 크게 높았으며 , 입원 비급여 비율 또한 수도권(12.1%)이 비수도권(9.4%)을 상회했다. 특히 수도권 민간병원의 외래 비급여 비율은 평균 17.7%에 달해 비수도권 공공병원(9.1%)의 약 2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공공병원의 평균 비급여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가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민간병원의 비급여 수익을 '거품'으로 규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비급여 거품 추정액은 외래 약 1조 2,647억 원, 입원 약 1조 9억 원으로 총 2조 2,656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내에서도 비급여 비율 차이는 존재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외래 비급여 비율이 18.7%로 빅5 중 가장 높았으나,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은 7.7%로 가장 낮았다. 입원 부문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이 17.2%로 가장 높았고, 서울대병원은 10.7%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정부의 부실한 비급여 관리와 병원 정보 비공개를 지목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환자들이 객관적인 진료비 정보나 의료 질 지표(사망비 등)를 알 수 없어 합리적인 병원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수민 경실련 사회정책팀 간사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풍선효과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과 실손보험료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입원·수술이라는 본연의 기능 대신, 외래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급여 진료 수익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개선 방안으로 ▲병원별 건강보험 보장률 및 비급여 비율 공개 ▲진료비 수준과 사망비 등 의료 질 정보 투명 공개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시 외래 비급여 비율 반영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교수)은 "비급여 진료비 거품을 걷어내고 의료 이용자가 합리적으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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