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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관리가 만성신장병 환자 신장 기능 보존에 미치는 영향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12-13 1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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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신장병 환자에게 혈압 관리가 신장 기능 보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국내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혈압과 신장 기능 악화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혈압 관리가 신장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며, 만성신장병 환자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말기신부전 환자는 2023년 기준 18만 1,052명으로,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그러나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신장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관리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11년부터 만성신장병 환자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KNOW-KIDNEY)를 추진해 전국 24개 병원에서 약 5,582명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와 연세대학교 한승혁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 미국의 성인 진행성 만성신장병 환자 2,939명을 대상으로 수축기 혈압과 신장 기능 악화 위험성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인 환자는 120mmHg 미만인 환자에 비해 신장 기능 악화 위험이 약 1.82배 높았고, 약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신장 기능 감소 속도도 약 2배 빨랐다. 특히, 수축기 혈압이 120mmHg 미만인 환자군의 신장 기능 악화 발생률은 1000인년당 59.6건이었으나, 140mmHg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1000인년당 140.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기저 수축기 혈압이 120mmHg 미만인 환자와 비교해 140mmHg 이상인 환자는 신장 기능 악화의 위험이 약 1.82배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혈압이 수시로 변하는 지표임을 고려해, 한국인 만성신장병 환자 1,758명을 대상으로 혈압 변동과 신장 기능 악화와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적정 수축기 혈압 범위를 110~130mmHg으로 설정한 후, 1년 동안 수축기 혈압이 이 범위 내에서 항상 조절되는 환자(100%군)는 같은 기간 동안 한 번도 조절되지 않는 환자(0%군) 대비 신장 기능 악화 위험이 약 28% 감소함을 확인했다. 즉,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을 목표 범위 내에서 잘 조절하는 것이 신장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질병관리청 제공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는 “고혈압은 단순한 만성신장병의 동반질환이 아니라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험인자임을 재확인한 연구”라며, 국내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적극적 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장 역시 “이번 연구는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가장 흔한 동반 질환인 고혈압이 신장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평가하며, 국가건강검진과 지역사회 만성질환 예방관리 사업 등을 통해 국민의 혈압관리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연구의 배경을 살펴보면, 만성신장병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로, 신장 기능이 저하될수록 심혈관질환 및 조기사망 등 다양한 건강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고혈압은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가장 흔한 동반질환 중 하나이며, 신장 기능 저하와 신대체요법을 필요로 하는 말기신장병,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행성 만성신장병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목표 혈압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한민국과 미국의 진행성 만성신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신장 기능 저하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신장 기능 저하를 완화시키기 위한 목표 혈압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수축기 혈압 기준을 <120mmHg, 120~129mmHg, 130~139mmHg, ≥140mmHg으로 환자를 분류해, 각 그룹별 신장 기능 악화 발생률과 감소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수축기 혈압이 낮을수록 신장 기능 악화 발생률과 감소율이 낮게 나타났다. </p>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축기 혈압 목표 범위 유지 비율이 높은 환자가 낮은 환자에 비해 신장 기능이 비교적 보존되어 있는 경향이 확인됐다. 수축기 혈압 목표 범위 유지 비율이 0%인 환자군의 신장 기능 악화 발생률은 1000인년당 106.9건이었으나, 100%인 환자군에서는 1000인년당 59.7건으로 감소했다. 수축기 혈압 목표 범위 유지 비율이 0%인 환자와 비교해 100%인 환자는 신장 기능 악화 위험이 약 0.72배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적절한 혈압 조절이 신장 기능 악화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수축기 혈압 목표 범위 유지 비율이 신장 기능 악화를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환자 관리 및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성신장병은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신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로 정의되며, 추정사구체여과율과 알부민뇨의 정도에 따라 분류된다. 진행성 만성신장병은 추정사구체여과율 30~45ml/min/1.73m² 미만을 의미하며, 말기신부전은 15ml/min/1.73m² 미만으로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상태를 지칭한다. 

 

이번 연구는 만성신장병 환자 관리에서 혈압 조절의 중요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신장 기능 보존을 위한 혈압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과 환자 맞춤형 관리가 강화되어, 국민이 스스로 혈압을 관리하고 건강한 신장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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