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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MSD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시리즈가 특허 만료와 약가 인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신 유비스트(UBIST) 처방 데이터에 따르면, 자누비아와 자누메트, 자누메트XR을 포함한 전체 시리즈의 분기 처방액은 특허 만료 전인 450억 원대에서 최근 340억 원대로 약 14% 이상 급감했다. 특히 단일제인 자누비아의 경우 분기 매출이 100억 원 미만으로 떨어지며,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국산 신약의 자존심 LG화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다. 제미글로 시리즈는 2025년 기준 누적 판매액 1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누비아가 약가 인하와 제네릭 공세로 점유율이 하락하는 사이, 제미글로는 강력한 영업망과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DPP-4 억제제 시장 내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확고한 1위 체제를 굳혔다.
계열별 점유율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SGLT-2 억제제의 약진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은 2025년 연간 처방액이 전년 대비 17.2% 증가한 777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특히 SGLT-2 억제제 시장 내에서 자디앙 패밀리의 점유율은 한때 90%에 육박했으며, 2026년 현재 제네릭 출시 이후에도 여전히 80% 이상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시장의 또 다른 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는 국내 시장 철수와 제네릭 공세가 맞물리며 점유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 틈을 타 보령 등 국내사들이 포시가 제네릭 시장에서 매달 2~3%씩 점유율을 늘려가며 2025년 말 기준 제네릭 비중을 전체의 약 18.7%까지 끌어올렸다.
2026년 초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드러난 국내 제약사들의 당뇨병 사업 성적표는 '성장'과 '내실'로 요약된다.
대웅제약은 2025년 별도 기준 매출 1조 3,910억 원, 영업이익 2,036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국산 36호 신약인 SGLT-2 억제제 '엔블로'의 가파른 성장이 있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약물 대비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수치로 증명하며 엔블로를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로 안착시켰다.
종근당은 자누비아 판권 상실의 위기를 자체 품목 강화로 돌파하고 있다. 자누비아 제네릭인 '시타글립틴' 계열 제품과 자체 신약 '듀비에'를 조합한 전략을 통해 처방액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엠파글리플로진 제네릭 시장에서도 '엠파맥스'가 단일제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한독은 '테넬리아' 시리즈를 통해 약 450억 원 규모의 안정적인 처방액을 유지하고 있다. 신기능 저하 환자에게 용량 조절이 필요 없다는 데이터 수치를 적극 활용하여, 고령화에 따른 만성 신장병 동반 당뇨 환자 시장에서 15% 이상의 견고한 점유율을 지켜내고 있다.
현재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원외처방액 기준)을 넘어섰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11.7% 성장하여 2조 원대 진입이 확실시된다.
시장의 핵심 변수는 '3제 복합제'의 점유율 확대다. 2023년 급여 확대 이후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상위 제약사들이 출시한 '메트포르민+DPP-4+SGLT-2' 복합제들이 기존 단일제 처방의 20% 이상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점유율 38%를 돌파한 GLP-1 receptor agonists(주사제 및 경구제)의 공세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복합제의 '복약 편의성'과 '경제적 약가'라는 수치적 우위를 어떻게 지켜낼지가 향후 점유율 전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