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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Drug]수면 장애의 패러다임 변화: 다케다의 '오베포렉스톤'이 여는 기면증 치료의 새 지평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6-02-16 0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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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수면 장애는 단순한 피로의 문제를 넘어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보건 이슈로 부상했다. 그중에서도 ‘기면증(Narcolepsy)’은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참을 수 없는 졸음과 근육의 힘이 풀리는 탈력발작(Cataplexy)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희귀 난치성 신경질환이다.

 

지금까지의 기면증 치료는 주로 중추신경흥분제(각성제)나 항우울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대증요법’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Takeda)가 개발 중인 오베포렉스톤(Oveporexton, 개발 코드명: TAK-861)**이 임상 3상에서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질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표적 치료’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기면증, 특히 1형 기면증(NT1)의 핵심 원인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Orexin, 혹은 하이포크레틴)의 결핍에 있다. 오렉신은 인간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렘(REM) 수면의 비정상적인 발현을 억제하는 ‘수면-각성 스위치’ 역할을 한다. 1형 기면증 환자들은 이 오렉신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되어 밤에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낮에는 극심한 졸음과 갑작스러운 근육 마비를 경험하게 된다.

 

다케다가 주목한 오베포렉스톤은 뇌 내의 오렉신-2 수용체(Orexin-2 Receptor, OX2R)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작용제(Agonist)'다. 즉, 몸에서 분비되지 않는 천연 오렉신을 대신해 수용체에 직접 결합함으로써 뇌가 각성 상태를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해 당뇨를 치료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로, 기면증의 근본적인 병태생리를 직접 공략하는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다케다가 진행한 오베포렉스톤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인 'FirstLight'와 'RadiantLight' 연구는 기면증 치료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임상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오베포렉스톤이 기존 치료제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정상적인 각성 상태로의 회복' 가능성을 실질적인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사실이다.

 

임상 설계의 핵심 지표였던 각성유지검사(MWT) 결과를 살펴보면, 오베포렉스톤 투여군은 위약군과 비교하여 비약적인 수면 잠복기 연장을 보여주었다. 각성유지검사는 환자가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잠들지 않고 버티는지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다. 임상 결과, 고용량의 오베포렉스톤을 복용한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검사 시간인 40분 동안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조금 덜 졸린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의 각성 메커니즘을 정상 수준에 가깝게 재건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1형 기면증의 대표적 증상인 탈력발작(Cataplexy)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와 함께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은 환자들의 사회 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오베포렉스톤은 임상 기간 동안 발작 횟수를 위약 대비 80% 이상 감소시켰으며, 장기 투여 시 발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발작 무(無) 상태'를 경험하는 환자 비율도 크게 늘어났다.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졸음의 정도를 평가하는 에프워스 졸음 척도(ESS) 역시 유의미하게 감소하여, 임상에 참여한 많은 환자들이 일상적인 업무나 운전, 학업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오렉신 수용체 작용제 개발 역사에서 가장 큰 난제는 '효능'이 아니라 '안전성', 특히 간 독성 문제였다. 다케다의 이전 후보 물질이었던 TAK-994는 임상 2상에서 강력한 각성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에게서 간 효소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간 독성 신호가 포착되어 개발이 전면 중단되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물질인 오베포렉스톤(TAK-861)은 이러한 과거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여 탄생했다. 다케다의 연구진은 약물의 화학 구조를 정교하게 재설계하여 오렉신-2 수용체(OX2R)에 대한 선택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간 대사 과정에서의 독성 부산물 생성을 최소화했다. 대규모로 진행된 이번 3상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이전 모델에서 문제가 되었던 중대한 간 기능 이상이나 약물 유발성 간 손상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는 오베포렉스톤이 장기 복용이 필수적인 기면증 치료제로서 적합한 안전성 궤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임상 과정에서 관찰된 부작용들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에 머물렀다. 오렉신 수용체가 활성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인 요절박(급하게 소변이 마려운 증상)이나 빈뇨, 그리고 강력한 각성 효과로 인한 경미한 불면증 등이 주요 증상으로 꼽혔다. 이러한 부작용은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가 적응하며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오베포렉스톤은 강력한 치료 효능과 관리 가능한 수준의 부작용 프로파일 사이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확보함으로써, 환자들이 안심하고 장기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차세대 표준 치료제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오베포렉스톤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을 받은 상태다. 다케다는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신약 허가 신청(NDA) 절차에 돌입했으며, 업계에서는 2026년 내 공식 승인 및 출시를 낙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베포렉스톤이 출시될 경우 연간 최대 20억~30억 달러(약 2조 7천억~4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1형 기면증(NT1)을 우선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다케다는 이미 2형 기면증(NT2) 및 특발성 과다수면증(I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도 병행하고 있어 적응증 확대에 따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케다의 오베포렉스톤 개발은 단순한 신약 탄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뇌 신경과학의 진보가 어떻게 희귀 질환 환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증상을 가리는 데 급급했던 과거의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소실된 생체 신호를 직접 보충하는 방식의 치료는 기면증 환자들에게 '깨어 있는 삶의 권리'를 되찾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면 장애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이 ‘게임 체인저’가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될 날이 머지않았다. 오베포렉스톤이 전 세계 기면증 환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 낮 시간의 졸음은 참아야 할 고통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질병의 증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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