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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273만 명 시대, ‘관리’와 ‘공존’의 영역으로… 생존율 73.7%의 의미
  • 황현경 기자
  • 등록 2026-01-21 08: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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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19명 중 1명은 암을 경험했거나 현재 치료 중인 ‘암 유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유병자는 약 273만 명에 달한다. 특히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10명 중 7명을 넘어서며, 이제 암은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며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한 해 동안 새롭게 발생한 암 환자 수는 28만 8,613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수치이며,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과 비교하면 약 2.8배나 급증한 규모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증가세의 핵심 원인이 ‘인구 고령화’에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 구조 변화를 배제한 연령표준화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22.9명으로 최근 몇 년간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암에 걸릴 위험 자체가 급격히 높아졌다기보다는, 암 발생 위험이 큰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체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2023년 신규 암 환자의 절반 이상(50.4%)이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65세 이상 남성 7명 중 1명이 암 유병자일 정도로 고령층의 암 부담은 심화되고 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남성암 발생 순위다. 1999년 남성암 중 9위에 불과했던 전립선암이 통계 공표 이래 최초로 남성 암 발생 1위를 기록했다. 전립선암은 1999년 1,454명에서 2023년 2만 2,640명으로 25년 사이 약 15.6배나 폭증했다.

 

전립선암의 급격한 증가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인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과거 남성암의 대명사였던 위암, 간암, 폐암 등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하락하거나 발생률이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며 국내 암 발생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어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특히 유방암은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자궁경부암은 국가 암 검진 사업 등의 효과로 발생 순위가 1999년 3위에서 2023년 11위로 크게 낮아졌다.

 

생존율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확인되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3.7%를 기록했다. 이는 약 20년 전인 2001~2005년의 생존율(54.2%)과 비교하면 19.5%p나 향상된 수치다.

보건복지부 제공

암종별로는 갑상선암(100.2%), 전립선암(96.9%), 유방암(94.7%)이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췌장암(17.0%), 간암(40.4%), 폐암(42.5%)은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낮았으나, 이들 역시 꾸준한 치료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과거보다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폐암의 경우 20년 전보다 생존율이 25.9%p나 급증하며 가장 큰 개선 폭을 보였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은 이번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진단받은 경우 5년 생존율은 92.7%에 달했으나, 암이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이된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생존율이 27.8%로 급락했다.

 

정부의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통한 조기 발견 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신규 환자의 51.8%가 조기 단계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는 2005년 대비 6.2%p 증가한 수치다. 특히 위암의 경우 조기 진단 분율이 같은 기간 18.8%p나 증가하며 검진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우리나라의 암 관리 역량은 국제 비교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한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8.6명으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4.3명으로 일본(78.6명)이나 미국(82.3명)보다 현저히 낮았다.

 

특히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경우 발생 대비 사망 비율(M/I Ratio)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암 검진 체계와 의료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가 암 관리 사업이 매우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암 유병자가 273만 명을 넘어서면서, 암 진단 후 5년 넘게 생존하여 완치 판정을 받거나 장기 관리 단계에 들어선 환자도 169만 명(전체 유병자의 62.1%)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암 정책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생존자 지원’과 ‘사회 복귀’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고령화에 따른 암 부담 증가에 대응해 예방 및 조기 진단 중심의 관리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 역시 “고령 암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암 치료뿐만 아니라 생존자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암은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병이 아니다. 기술의 진보와 국가적 관리 시스템의 조화 속에 우리나라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며, 치료 후의 삶까지 고민하는 ‘암 관리 선진국’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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