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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중증외상 진료체계가 도입 10여 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 과거 10명 중 3명이 적절한 치료만 받았다면 살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제는 그 수치가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성과가 권역외상센터의 확충과 국가 외상 진료체계의 내실화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도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조사 결과, 전국 평균 9.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된 13.9%에 비해 4.8%p 개선된 수치이며, 2015년 첫 조사 당시 기록했던 30.5%와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결과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만약 적절한 시간 내에(적시성), 적절한 의료기관에서(접근성), 적절한 치료(전문성)를 제공받았더라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망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지표는 한 국가의 외상진료체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대한민국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감소해 왔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30.5% ▲2017년 19.9% ▲2019년 15.7% ▲2021년 13.9%를 거쳐 2023년 마침내 9.1%를 기록하며 첫 한 자릿수 진입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조사 결과, 전국 모든 권역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러한 지표 개선의 일등 공신으로는 '권역외상센터'의 확충이 꼽힌다. 2015년 당시 8개소에 불과했던 권역외상센터는 2017년 10개소, 2019년 14개소, 2021년 15개소를 거쳐 2023년 17개소까지 확대 운영되며 전국적인 외상 그물망을 형성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감소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이는 단순히 보건 의료적 성과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입증하기 위함이다.
분석 결과,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권역외상센터 설립과 운영을 위해 투입된 정부 예산은 물가 보정 기준 약 6,717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이 체계를 통해 예방된 사망자 수는 총 14,176명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계적 생명가치(VSL)로 환산할 경우, 외상 사망 감소로 얻은 경제적 편익은 최소 3.5조 원에서 최대 19.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용 대비 편익(BC Ratio)으로 환산하면 5.21에서 최대 29.11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즉, 1원을 투자했을 때 최소 5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의미로, 중증외상 진료체계 구축에 대한 투자가 매우 성공적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지역 의료기관의 자료 제출 협조가 미흡하여 결과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57.1%), 부산(60.9%), 서울(73.8%) 등 일부 지역의 자료 제출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아주대병원 정경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예방 가능한 사망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기관일수록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일부 지역의 사망률이 실제보다 낮게 산출되었을(과소추계) 가능성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평가 시 의료기관의 자료 제출률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여 더욱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외상 진료체계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중규 공공보건정책관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덕분에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감사를 표하는 한편, 향후 추진 계획을 밝혔다.
주요 전략으로는 ▲거점권역외상센터 지정 ▲권역외상센터와 닥터헬기(이송 체계) 간 연계 강화 ▲중증외상 진료체계 내실화 등이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단 한 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2023년도 조사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데이터와 305개 병원의 1,294건 외상 사망 사례 표본을 전문가 패널이 정밀하게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공신력을 높였다. 대한민국이 '외상 불모지'에서 벗어나 선진국 수준의 외상 안전망을 갖춰가는 과정이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