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오남용 통합 감시 시스템(K-Nass)[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인공지능(AI)과 방대한 데이터를 결합한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약류의 처방부터 재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고강도 안전 관리 대책을 시행한다. 2026년을 기점으로 마약류 오남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체계적인 그물망 관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026년 마약류 관리 정책의 핵심은 ‘마약류 오남용 통합감시시스템(K-NASS, Korea-Narcotics Surveillance System)’의 완성이다. 지난 2024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추진되어 온 이 시스템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축적된 9억 건 이상의 취급 데이터와 유관 기관의 공공 데이터를 연계·분석하는 지능형 플랫폼이다.
K-NASS는 단순한 통계 관리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위험을 조기에 탐지하고 예측한다. 보건복지부의 의사 면허 및 행정처분 정보, 법무부의 출입국 기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연계하여 불법 유통과 오남용 의심 사례를 정밀하게 추적한다.
이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과거 사람이 수동으로 분석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고위험군을 조기 식별하고 지자체 등 감시 기관에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시각화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의료인은 처방 전 환자의 오남용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수사 기관은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중 관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의료 현장에서의 적정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식약처는 2026년 6월부터 오남용 우려가 높은 ‘졸피뎀’을 처방 전 환자 투약 이력 확인 대상 성분에 추가한다. 2024년 펜타닐, 2025년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와 식욕억제제에 이어 확인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반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던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해서는 처방 기준을 유연하게 개선한다. 기존의 일률적인 안전 사용 기준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과 같은 중증 통증 환자들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올해 3월, 질환의 중증도와 연령 등을 고려한 맞춤형 사용 기준을 마련하여 환자들이 적시에 필요한 진통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국제적으로 급증하는 신종 마약류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마약류 지정 절차도 혁신한다. 식약처는 현재 1개월인 임시마약류 지정 예고 기간을 2주로 단축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신종 물질이 발견될 경우 정보 분석과 지정을 병행하여 관리 공백을 최소화하고, 우선적으로 2군 임시마약류로 지정해 엄격하게 통제한다. 이러한 신속 지정 체계가 확립되면 수사 기관의 처벌 근거가 빠르게 마련되어 신종 마약이 시중에 무방비로 확산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약 중독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교육과 재활 서비스도 수요자 맞춤형으로 고도화된다. 우선 대학가 내 마약 예방 문화 확산을 위해 대학생 마약예방 활동단인 ‘B.B(Be Brave) 서포터즈’를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40개 대학교에서 운영한다. 관련 예산 역시 2025년 3억 원에서 2026년 6억 원으로 대폭 증액 편성되었다.
또한 2040 여성층에서 처방 비중이 높은 식욕억제제(나비약 등)의 오남용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한다.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 2024년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약 108만 명 중 62%가 20~4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재활 측면에서는 '함께한걸음센터'에 방문하기 어려운 중독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중독 재활 교육·상담'을 실시한다. 전국의 센터별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기관 등과 협력하여 소외된 중독 고위험군을 직접 찾아내고 사회 복귀를 돕는 '1센터 1기관' 특화 사업을 전개한다. 아울러 사법 처분 이후에도 재활이 단절되지 않도록 권역별 '마약류 중독 사회재활 협의체'를 활성화하여 민·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번 정책 발표를 통해 마약 관리의 패러다임을 단순 적발에서 ‘예방-감시-재활’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마약으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고 환자에게는 적정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마약류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누구나 24시간 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를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상담 내용에 대한 철저한 비밀 보장을 약속하며, 중독이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