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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차세대 팬데믹 대비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가속화… 국내 6개 기관 협력 체계 구축
  • 심민정 기자
  • 등록 2025-12-19 17: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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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다음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산 백신 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관 협력의 강력한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은 12월 19일 오전 10시, 청주시 오스코(OSCO)에서 국내 주요 임상시험검체분석기관들과 업무협력협약(MOU)을 체결하고, 글로벌 수준의 백신 임상 역량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번 협약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노출되었던 국내 백신 임상시험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분석 역량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추진되었다. 협약에 참여한 기관은 국립보건연구원을 필두로 국제백신연구소, 국립중앙의료원,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 등 총 6곳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참여 기관 모두가 생물안전 3등급(BL3/BSL-3)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BL3 시설은 고위험 병원체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필수 장비로, 백신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면역원성 분석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국제백신연구소,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등 3개 기관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검체분석기관'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나머지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고려대 백신혁신센터 역시 2026년 하반기까지 관련 인증을 완료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향후 국내 분석 역량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재원의 안정성이다. 본 협력 체계는 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부한 기금으로 조성된 『감염병 극복 연구 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해당 사업은 2025년 9월부터 향후 6년간 지속적인 지원이 약속되어 있다.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방역 체계의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는 민간의 기부 정신과 국가의 방역 전략이 결합된 상징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협약 기관들은 단순히 시설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석 결과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무 협력을 이어가게 된다.

 

표준시험법 개발 및 검증 부분은 두창, 엠폭스, 코로나19 변이주, 인체감염 조류인플루엔자 등 우선순위 감염병을 대상으로 표준 면역원성 분석법을 확립한다.

분석의 균질성 확보는 기관 간 물질 교류와 다기관 공동 검증을 통해 어느 기관에서 분석하더라도 동일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체계를 표준화한다.

자원 및 인프라 공동 활용 부분에서는 각 기관이 보유한 임상검체분석 관련 연구 자원과 장비, 인프라를 상호 활용하여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정기적인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글로벌 수준의 분석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기술 교육을 강화한다.

 

과거 코로나19 유행 당시 국내에서 고위험 병원체를 대상으로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분석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결과 도출이 지연되는 등 선진국과의 격차를 실감해야 했다.

 

이번 협약이 완성되면 신종 감염병 발생 시 6개 기관이 효능평가 업무를 분담하거나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임상시험 결과를 신속하게 도출하여 국산 백신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닦는 것과 같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이번 협력 체계는 공공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 표준 물질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백신 자급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역시 "국내 분석기관들이 글로벌 수준의 전문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차기 팬데믹 위기 시 신속한 국산 백신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협약식은 개회 및 기관 소개를 시작으로 협약서 교환, 네트워크 운영 계획 발표 순으로 진행되었다. 참여 기관들은 앞으로 데이터 표준화와 분석 기술 고도화 등 상호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민·관 협동 네트워크 구축은 단순히 분석 기관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이 백신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감염병 대응의 허브로 도약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까지 모든 참여 기관의 인증이 완료되면, 한국은 어떠한 변이 바이러스나 신종 감염병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임상시험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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