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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Drug] ‘혈관’에서 ‘피부’로… 레카네맙 SC, 알츠하이머 치료의 ‘라스트 마일’을 잇다
  • 명진태 기자
  • 등록 2026-02-09 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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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맥주사(IV)의 병목 현상과 환자 부담, 치료의 한계로 지적
  • - 피하주사(SC), 약동학적 동등성과 안전성 개선의 이중 효과 기대
  • - 병원 중심에서 재택 치료로… 치매 관리의 패러다임 시프트 예고

알츠하이머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Gemini 생성 이미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이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레카네맙(Lecanemab, 제품명 레켐비)’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타깃으로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최초의 질병 수정 치료제(DMT)가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환호 뒤에는 냉정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투약의 방식이다. 


현재 표준 요법인 정맥주사(IV)는 환자와 의료 시스템 모두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부상한 피하주사(Subcutaneous, SC) 제형은 단순한 옵션 확대를 넘어, 알츠하이머 치료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지을 핵심 열쇠로 주목받는다. 레카네맙 SC 제형 개발의 현황과 임상적 의의, 그리고 이것이 가져올 의료 환경의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현재 레카네맙을 처방받는 환자는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약물을 주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정맥 라인을 확보하고, 생리식염수로 라인을 세척(flushing)하고, 투여 후 부작용 여부를 관찰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환자는 반나절 이상을 병원에서 소비해야 한다.

 

문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특수성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의 환자가 보호자 없이 단독으로 상급 종합병원을 방문하여 복잡한 투약 절차를 밟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필연적으로 보호자의 동행을 요구하며, 보호자의 경제 활동 중단이나 간병 피로도(Caregiver Burnout) 급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약효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격주 방문의 물리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 인프라의 ‘병목 현상(Bottleneck)’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주입 센터(Infusion Center)의 포화 상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항암제 투여 등으로 이미 붐비는 주사실에 수많은 알츠하이머 환자까지 몰릴 경우, 병원 시스템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극심한 상황에서, 2주 간격의 IV 투여는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SC 제형 개발은 선택이 아닌, 치료제 보급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 되었다.

 

SC 제형은 약물을 진피 아래의 피하 지방층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정맥을 찾을 필요가 없고 투여 시간이 1~2분 내외로 짧다. 그러나 단백질 제제인 항체 치료제를 SC로 전환하는 것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정맥주사는 100%의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을 보장하지만, 피하주사는 조직 내 저항으로 인해 약물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효 용량을 전달하기 위해 고농도로 약물을 농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점도가 높아져 주사 시 통증을 유발하거나 단백질 응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에자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도화된 제형 기술을 적용했다. 공개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레카네맙 SC 제형은 IV 제형과 비교하여 약동학적 프로파일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핵심은 뇌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혈중 농도(AUC, 곡선하면적)를 IV 제형과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투여 편의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SC 제형이 IV 제형보다 더 안정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할 가능성이다. 정맥주사는 투여 직후 혈중 약물 농도가 급격히 치솟는 ‘최고 혈중 농도’에 도달했다가 빠르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SC 제형은 피하 조직에서 림프관을 통해 혈액으로 서서히 흡수되므로 최고혈중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농도 곡선이 완만하게 그려진다. 이는 약물의 효능은 유지하면서도 급격한 농도 변화로 인한 전신 반응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다. 뇌부종(ARIA)이나 미세출혈(ARIA)을 동반하는 이 부작용은 주로 치료 초기나 고용량 투여 시 발생 빈도가 높다. 학계에서는 높은 최고 혈중 농도가 ARIA 발생의 잠재적 위험 인자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레카네맙 SC 제형의 임상 데이터(Clarity AD OLE 등)는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SC 제형 투여군에서 ARIA-E의 발생률이 IV 투여군과 유사하거나, 수치적으로 다소 낮게 관찰되는 경향이 보고된 것이다. 만약 SC 제형이 IV 대비 동등 이상의 효능을 보이면서 안전성 프로파일까지 개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Best-in-Class’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강력한 무기가 된다.


현재 개발 중인 SC 제형은 유지 요법(Maintenance Therapy)으로서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초기 투여부터 SC를 적용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 FDA 등 규제 당국의 승인 과정에서 이러한 안전성 데이터가 핵심적인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피하주사 제형 개발경쟁[Gemini 생성 이미지]

 

레카네맙 SC 제형 도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자가 투여(Self-administration)’ 또는 ‘재택 치료’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펜을 이용해 집에서 혈당을 관리하듯,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나 보호자가 오토인젝터(Auto-injector)를 이용해 집에서 치료제를 투여하는 미래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QoL)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


첫째, 지리적 격차 해소다.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 산간 지역 거주 환자도 정기적인 약물 투여가 가능해진다. 3~6개월에 한 번씩 경과 관찰과 MRI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둘째, 치료 순응도 향상이다. 병원 방문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이 낮아지면 치료 중단율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료는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기에, 높은 순응도는 곧 치료 예후와 직결된다.


또한, 이는 간병인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보호자가 격주로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며,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체력 소모를 방지할 수 있다. ‘환자 중심(Patient-centric)’ 치료가 구호가 아닌 현실로 구현되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SC 제형은 IV 제형보다 고가로 책정되거나, 특허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미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레카네맙의 약가에 제형 변경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환자의 경제적 접근성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각국 보험 당국이 SC 제형의 사회경제적 편익(입원비 감소, 의료진 노동력 절감 등)을 어떻게 평가하여 급여 가격을 산정할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안전 모니터링 체계의 공백 우려다. 병원 내 투여는 아나필락시스 등 급성 반응에 즉각 대처할 수 있지만, 자가 투여는 그렇지 못하다. 비록 SC 제형의 부작용 빈도가 낮다 하더라도, 고령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철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투약 관리, 원격 의료 상담과의 연계, 혹은 지역 약사(Community Pharmacist)의 역할 확대 등 투약 관리를 보조할 사회적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

 

레카네맙 SC 제형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 정맥주사가 알츠하이머 치료의 문을 열었다면, 피하주사는 그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환자가 치료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현재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쟁 약물인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 역시 SC 제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알츠하이머 시장은 ‘효능 경쟁’에서 ‘편의성 경쟁’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의료진과 정책 입안자들은 다가올 SC 제형 시대를 대비해 진료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고, 급여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환자의 일상 속으로 온전히 스며들 때, 비로소 알츠하이머는 ‘불치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재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레카네맙 SC의 성공적인 안착은 인류가 치매라는 거대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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