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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Drug] 왕좌의 탈환인가, 위태로운 도박인가: 노보 노디스크 '카그리세마'와 REDEFINE 임상의 명암(明暗)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6-01-15 08: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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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살 빼는 약' 전쟁이 바야흐로 2라운드, 그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덴마크의 제약 공룡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자사의 블록버스터 약물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으나, 현재 그 성공에 안주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출시한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가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며 노보 노디스크가 차지하고 있던 '왕좌'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노보 노디스크가 꺼내 든 회심의 카드가 바로 차세대 병용 요법인 '카그리세마(CagriSema)'다. 이는 단순한 개량 신약을 넘어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대규모 임상 3상 'REDEFINE' 프로그램의 초기 데이터와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카그리세마의 혁신적인 기전과 잠재력을 분석하고, 최근 제기된 '임상 실패설'의 실체를 파헤치며, 향후 이 약물이 넘어야 할 결정적인 과제들을 심층 진단한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가 양분하는 형국이다. 두 약물 모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젭바운드는 GLP-1에 더해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 수용체까지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앞세웠다. 임상 시험에서 20%가 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증명하며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비만약'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이는 노보 노디스크에게 뼈아픈 타격이 되었다.

 

노보 노디스크 입장에서는 위고비 단독만으로는 젭바운드의 효능을 수치적으로 압도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더욱이 단일 호르몬 타깃 약물들이 체중 감량의 한계점, 이른바 '플래토(Plateau, 정체기)'에 도달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임상적 피드백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환자들은 더 강력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효과를 원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카그리세마'다. 이는 기존의 세마글루타이드에 새로운 기전인 '아밀린(Amylin)'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를 결합한 복합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1이 2가 아닌, 3 이상의 생물학적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카그리세마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작용 기전의 완벽한 상호보완성에 있다. 경쟁 약물인 젭바운드가 인크레틴 호르몬 계열(GLP-1, GIP) 내에서의 시너지를 노린다면, 카그리세마는 서로 다른 생리학적 경로를 동시에 공략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크로스오버(Crossover)' 전략을 취한다.

 

먼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이미 검증된 GLP-1 작용제로,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식욕을 떨어뜨린다. 또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돕고 혈당을 조절하는 기본기를 담당한다.

 

여기에 결합된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는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호르몬인 '아밀린'의 장기 지속형 유사체다. 아밀린은 본래 반감기가 매우 짧아 치료제로 개발하기 어려웠으나, 노보 노디스크의 단백질 공학 기술을 통해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형태로 재탄생했다. 아밀린은 위 배출 속도를 물리적으로 늦춰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고, 뇌의 포만 중추(Area Postrema)를 직접 자극하여 음식 섭취를 중단하게 만든다.

 

이 두 성분의 결합은 단순한 식욕 억제를 넘어선다. GLP-1이 뇌에게 '배가 부르다'는 화학적 신호를 보낸다면, 아밀린은 위장의 운동성을 조절하여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강력한 신체적 제동을 건다. 또한 아밀린은 지방 조직의 대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단순한 칼로리 제한 이상의 대사 개선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체중 감량의 정체기를 돌파하고 요요 현상을 억제하는 핵심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카그리세마의 잠재력은 임상 2상 결과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카그리세마는 32주 차에 당화혈색소(HbA1c)를 2.18% 감소시키고, 체중을 무려 15.6%나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통상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보다 체중 감량 폭이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는 경쟁 약물들의 비당뇨인 대상 결과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대규모 임상 3상인 'REDEFINE'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최근 공개된 REDEFINE 1(비당뇨 비만 환자 대상)의 데이터에 따르면, 카그리세마는 약 25%에 달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릴리의 젭바운드가 기록한 최대치(약 22~26%)와 대등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수준이며, 사실상 위 밴드 수술이나 위 절제술 등 비만 대사 수술(bariatric surgery)이 보여주는 30% 감량 효과에 육박하는 비수술적 치료의 정점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카그리세마는 분명한 '성공'이다.

 

그렇다면 왜 일각에서는 "임상이 실패했다"거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이는 '효능(Efficacy)'의 문제가 아니라 '내약성(Tolerability)'과 '안전성(Safety)'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최근 REDEFINE 임상 결과에서 시장이 주목한 부정적 신호는 바로 '높은 중단율(Discontinuation Rate)'이다. GLP-1 제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위 배출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아밀린 기전이 더해지면서, 환자가 겪는 더부룩함이나 구토감이 기존 약물보다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살이 25%가 빠진다 한들, 환자가 구토와 메스꺼움을 견디지 못해 약을 끊어버린다면 상업적 가치는 급락한다.

 

실제로 의료 현장과 투자자들은 "젭바운드와 비슷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은 더 심하다면, 의사들이 굳이 카그리세마를 처방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 중이던 또 다른 비만약 후보물질인 '몬루나반트(Monlunabant)'가 임상 2상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와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우려로 사실상 실패 판정을 받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그리세마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증폭되어 '임상 실패'라는 와전된 소문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즉, 엄밀히 말해 카그리세마의 REDEFINE 임상은 '과학적 실패'가 아닌 '상업적 최적화의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제 카그리세마가 젭바운드를 꺾고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체중 감량 수치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향후 성공의 열쇠는 다음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첫째, 근손실 방지를 통한 '체중 감량의 질' 차별화다. 급격한 체중 감량 시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지는 근감소증(Sarcopenia)은 현재 GLP-1 기반 비만약들의 주요 부작용이자 해결 과제다. 아밀린 기전은 근육량 보존에 있어 GLP-1 단독 요법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초기 가설들이 존재한다. 만약 카그리세마가 체지방 위주의 감량을 유도하면서 제지방(Lean mass)을 보존한다는 확실한 데이터를 제시한다면, 부작용 이슈를 상쇄하고도 남을 강력한 소구점이 될 수 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근육을 지키는 비만약'이라는 타이틀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용량 조절(Titration)' 전략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재 높은 중단율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 투여 용량을 더 세분화하거나 증량 속도를 늦추는 등의 프로토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약효가 나타나는 속도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환자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어 투약 지속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남은 임상 기간 동안 얼마나 개선된 내약성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FDA 승인과 상업적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카그리세마는 단순히 '위고비의 후속작'이라는 수식어로 가두기엔 그 그릇이 너무나 크다. 이것은 인류가 비만이라는 거대한 생물학적 난제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해 낸 가장 정교하고 파괴적인 의학적 해법임은 분명하다. GLP-1과 아밀린의 결합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의 혁명을 예고한다.

 

하지만 REDEFINE 임상 과정에서 불거진 내약성 이슈는 노보 노디스크에게 "더 강력한 약"이 반드시 "더 좋은 약"은 아니라는 냉혹한 교훈을 던져주었다. '임상 실패'라는 소문은 과장되었지만, 그것이 내포한 시장의 우려는 실재한다.

 

카그리세마의 운명은 이제 남은 임상 데이터 분석과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 릴리의 젭바운드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외과적 수술을 역사 속 유물로 만들고 만성 대사 질환 치료의 새로운 표준(Gold Standard)을 세우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효능'과 '지속 가능한 편안함'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만 한다. 전 세계 제약 시장과 의학계가 카그리세마의 행보에 다시 한번 숨죽이고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약물이 겪고 있는 현재의 진통이 단순한 성장통일지, 아니면 몰락의 전조일지, 그 대답이 곧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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