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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더 이상 '산만한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청소년기는 물론 성인기까지 지속되며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학업, 직장, 대인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신경발달 질환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초등학생의 약 5%가 ADHD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성인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도 30~70%에 달한다. ADHD는 단순한 '버릇 없음'이나 '의지 부족'이 아닌, 뇌 기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의학적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이해와 개입이 필요하다.

ADHD의 정확한 단일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뇌 신경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DHD는 매우 높은 유전성을 가지며, 부모나 형제가 환자일 경우 발병 위험이 높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이 지목된다. 주의 집중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 특히 전전두엽과 관련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기능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또는 기능 이상은 집중력 저하, 과잉행동, 충동성 등의 핵심 증상을 유발하며, 이는 ADHD 치료제의 작용 기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유전적 환경 요인으로는 임신 중 산모의 흡연, 음주, 극심한 스트레스, 조산, 저체중, 초기 뇌 손상 등이 거론되며, 심한 학대나 방임 같은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 역시 증상 발현이나 악화에 기여할 수 있다.

ADHD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아동기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증상으로 나타나 학업 성취 저하와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초래한다. 수업 중 돌아다니거나(과잉 행동), 숙제를 잊어버리고 주의가 산만하며(주의력 결핍),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충동성) 모습이 흔하다. 

이러한 증상은 낮은 자존감, 품행 장애, 학습 장애 등의 다른 정신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도 높인다. 성인기로 접어들면 과잉 행동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집중력 문제와 충동성은 지속된다. 성인 ADHD는 일의 체계적인 관리 어려움, 잦은 실직, 충동적인 소비나 결정, 만성적인 시간 관리 실패 등으로 나타나며, 우울증, 불안 장애, 약물 중독 등 다른 정신 건강 문제로 오인되거나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더욱 어렵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성인 ADHD 유병률이 증가하며 이에 대한 인식과 진단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ADHD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삶의 질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 요법과 비약물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치료의 1차 선택지인 약물 요법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수준과 균형을 맞춰 집중력, 기억력, 학습 능력을 개선하고 충동성과 과잉 행동을 감소시킨다. 

주로 사용되는 약물로는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증가시키는 중추신경 자극제(메틸페니데이트 계열)가 있으며, 비 중추신경 자극제(아토목세틴 등)는 자극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심할 경우 사용된다. 약물 부작용으로는 식욕 저하, 불면증,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용량 조절을 통해 관리 가능하다. 특히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 조절을 위해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 치료와 함께 행동 치료, 인지 행동 치료, 부모 교육 등의 비약물 요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행동 치료 및 부모 교육은 아동의 환경을 예측 가능하고 구조화하도록 돕고, 긍정적인 행동 강화와 일관성 있는 문제 행동 대처 방법을 부모와 교사에게 교육한다. 

인지 행동 치료는 주로 청소년과 성인에게 유용하며, 비효율적인 생각이나 충동적인 행동 패턴을 수정하고 시간 관리 및 체계화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가 보조 요법으로 검증되고 있으며, 예술 치료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중재 프로그램도 활용된다.

ADHD 아동의 치료와 예후에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부모는 ADHD를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자녀에게 예측 가능하고 구조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집 안의 규칙과 일과표를 명확히 정하여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문제 행동에는 즉각적이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며, 사소한 실수는 간과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보상하는 '강점 기반 양육'이 중요하다. 

부모가 약물 복용 지침을 정확히 따르고, 부모 교육 등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자녀의 장기적인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ADHD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지만, 과학적 치료와 부모의 일관되고 따뜻한 지지가 결합된다면, ADHD를 가진 개인은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ADHD를 더 이상 숨겨야 할 '낙인'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관리해야 할 '뇌의 특성'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