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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안보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WHO 합동외부평가 최고 등급 획득의 의미와 과제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09-02 11:02:10
  • 수정 2025-09-04 11: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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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관리청 제공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이끄는 질병관리청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한 제2차 합동외부평가(Joint External Evaluation, JEE)에서 대한민국의 보건안보 시스템이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역량'을 갖췄다는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력이 국제사회로부터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WHO의 합동외부평가는 회원국의 공중보건 위기 대비 및 대응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보건 시스템의 개선을 권고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번 평가에는 WHO와 더불어 프랑스, 호주, 싱가포르 등 10개국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합동외부평가단이 참여해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약 일주일간 한국의 보건 시스템 전반을 심층적으로 점검했다.


평가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총 19개 평가 영역, 56개 세부 지표 중 무려 52개 지표가 만점인 5점을 받았고, 나머지 4개 지표 역시 4점을 기록했다. 5점은 '지속 가능한 역량을 확보했음'을 인정하는 최고 등급이다. 이는 2017년 1차 평가 당시 48개 지표 중 5점 29개(61%), 4점 15개(31%)였던 것에 비하면 모든 영역에서 역량이 크게 향상되었거나 유지된 놀라운 발전이다.


이번 평가단은 질병관리청 긴급상황실과 진단실험실, 생물안전 교육시설은 물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천안시 서북구보건소, 농림축산검역본부, 김해공항검역소, 분당서울대병원, 중앙 방역물자 비축센터 등 방역과 의료의 최일선을 직접 찾아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평가단은 한국의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와 지자체, 다양한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소통 체계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사만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긴급대응국장은 "한국은 보건안보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으며, 미래를 향한 비전과 계획도 잘 세워나가고 있다"고 극찬했다. 또한, 클레망 라자루스 공동 평가단장은 "한국이 기관 간 협력과 소통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었다"며, "생물안보, 항생제 내성, 식품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모범을 보이고 있으며, 중장기 계획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준비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성공적인 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WHO 합동외부평가단은 한국의 보건안보 시스템이 미래의 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6가지 핵심 권고안을 제시했다.


첫째, 보건위기 상황에서 성별 건강영향 분석을 강화하고, 지난해 개정된 국제보건규칙(IHR) 이행을 위한 보건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대응을 넘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보건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둘째, 행동과학·사회과학 등 공중보건 위기 대응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평상시부터 시민사회, 언론, 종교단체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제도화하여 위기 시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는 신뢰 기반의 협력이 위기 대응의 핵심 성공 요인임을 시사한다.


셋째, 팬데믹 대비 전담 기금과 같은 장기적 재원 조달 체계를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넷째,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 요인과 인구 고령화 추세 등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여 취약계층의 요구를 보건안보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개정된 국제보건규칙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정부 전체와 사회 부문 간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 IHR 당국을 지정하고, 보건안보를 위한 다부문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WHO 합동외부평가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복잡해진 글로벌 보건위기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지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령, 재정, 시스템 등이 잘 구축된 우리의 공중보건위기 대응 체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한편, 우수한 사례는 보건 취약국에 공유하여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WHO의 최고 등급 평가는 대한민국이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공중보건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선도적인 보건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질병관리청은 평가단이 제시한 권고안들을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 등 국가 계획에 반영하여 철저히 이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국제 보건안보의 최전선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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