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온라인서 산 안경 렌즈 정확도 '합격점'…그런데 왜 불편할까
"'피팅' 불편함 7배 격차, 얼굴에 맞춘 미세조정 안돼"…'착용감 조정' 해결 필수
정부,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시범사업 추진 여부 검토
안경[연합뉴스 사진]
지난 몇 년간 논란이 계속됐던 '단초점 안경 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 여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최근 '단초점 근시 안경의 제작 환경에 따른 비교와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최인순 연구위원·김응수 중앙대 광명병원 안과 교수)를 내놨다.
9일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제작된 안경과 안경원에서 맞춘 안경 간 렌즈 자체의 정확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 착용 시 느끼는 '만족도'와 '부작용' 측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판매 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동안 단초점 안경의 온라인 판매는 국민 눈 건강에 미칠 우려와 법률적 문제 때문에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하지만 '규제 혁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온라인 판매 가능성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번 연구에는 실제 단초점 근시 안경을 착용하는 만 19세 이상∼65세 미만 성인 236명(평균 35.8세·여성 154명·남성 8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안과에서 정확한 시력 및 동공 간 거리 등을 측정해 처방전을 받고, 이 처방전으로 온라인과 안경원에서 각각 안경을 하나씩 구매했다.
이후 두 안경을 번갈아 가며 한 달씩 착용하고, 최종적으로 두 안경 모두 마지막 한 달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만족도와 불편한 점 등을 비교 평가했다.
◇ 렌즈 '정확도' 합격점…'착용감' 희비 교차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안경 렌즈의 정확도 비교다.
동공과 렌즈의 광학 중심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측정한 결과 온라인으로 제작한 안경과 안경원에서 제작한 안경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즉 렌즈 자체의 성능이나 제작 기술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모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착용 만족도 조사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안경원에서 맞춘 안경의 만족도가 온라인 안경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온라인 안경 착용 시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느꼈다는 응답 비율도 안경원 안경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안경테를 얼굴에 맞게 조절하는 '피팅' 과정에서 큰 차이가 났다.
안경원 안경은 참여자의 2.54%만이 피팅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온라인 안경은 무려 7배가 넘는 18.22%가 안경테 조정 문제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구체적인 불편 사항을 살펴보면 두통을 경험한 비율은 안경원 안경 착용 시 3.8%였으나 온라인 안경에서는 8.9%였다. 초점 맞추기 어려움을 겪은 비율도 안경원 안경 5.1%, 온라인 안경 8.1%로 나타났다. 흐릿한 시야를 경험한 비율은 안경원 안경 2.1%, 온라인 안경 5.9%로 온라인 안경에서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눈의 피로도에서는 안경원 안경(23.7%)과 온라인 안경(23.3%)이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온라인 구매 시 직접 얼굴을 보고 안경테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안경 렌즈가 아무리 정확하게 제작돼도 착용자의 얼굴 형태에 맞게 안경테가 제대로 조정되지 않으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고 시력 교정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편리함 이면의 '안전' 과제 풀어야 할 온라인 판매
이번 연구는 단초점 근시 안경의 온라인 판매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국민 눈 건강 보호를 위한 보완 과제도 명확히 제시했다.
연구팀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도수 안경이라도 적절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기존 안경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의 단기적인 비교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장기적인 눈 건강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시범사업에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온라인 판매 시 소비자가 안경 처방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입력하는 과정의 중요성, 배송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경 손상 문제, 구매 후 피팅 서비스 제공 방안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앞으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시범사업 추진 여부와 방식, 실무 가이드라인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온라인 안경 판매 대상자의 연령 및 시력 조건, 유효한 안경 처방전의 기준, 안경 조제 및 판매 시 준수사항, 품질보증 및 환불 규정, 온라인 사이트 운영 기준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로고 제작 김민준[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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