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이미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상위권에는 항상 이름이 오르는 질환들이 존재한다. 암이라는 거대한 벽 뒤에 가려져 있으나, 사실상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존재는 바로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이다.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2024년 기준 각각 국내 사망 원인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증 질환이다. 특히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여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이동량이 많은 명절을 앞두고 이들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통계 수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발생률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의 추이를 살펴보면, 심근경색과 뇌졸중 모두 발생 빈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연령대에 따른 발생률의 격차다. 8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체적으로 2023년 기준 뇌졸중 발생률은 80대 이상에서 10만 명당 1,507.5건에 달하며, 이는 50대(178.3건)의 약 8배가 넘는 수치다. 심근경색 역시 80대 이상(316.7건)이 50대(76.6건)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이로 인한 기저질환의 증가가 노년층의 혈관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질환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으나, 정작 이를 방어해야 할 국민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위험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뇌졸중의 조기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60.7%에 불과하며, 심근경색증은 이보다 낮은 51.5% 수준이다. 즉, 성인 10명 중 4~5명은 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지율 저조는 곧바로 사망률 증가와 심각한 후유장애로 이어진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세포나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면 생존하더라도 신체 마비나 언어 장애 등 평생 안고 가야 할 장애를 남기며, 이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막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
당신의 생명을 구하는 ‘조기 증상’ 리스트
질병관리청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지체 없이’ 119에 연락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조기 증상은 다음과 같다.
■ 뇌졸중의 주요 신호:
갑작스러운 마비: 한쪽 얼굴, 팔,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해짐.
언어 장애: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타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함.
시각 장애: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시야의 반이 안 보임, 혹은 물체가 두 개로 보임.
극심한 두통: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심한 두통.
평형 장애: 갑자기 어지럽거나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움.
■ 심근경색의 주요 신호:
가슴 통증: 가슴에 심한 통증이나 압박감, 또는 짓누르는 느낌.
방사통: 통증이 턱, 목, 등, 또는 팔과 어깨로 느껴짐.
호흡 곤란: 갑자기 숨이 많이 참.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한 행동은 막연하게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음의 대응 요령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가족을 기다리지 말 것: 보호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에도 장기 손상은 진행된다. 즉시 119를 부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직접 운전은 절대 금물: 환자가 운전 중 의식을 잃으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막연한 낙관론 경계: 증상이 그냥 지나갈 것이라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야간·주말 외래 대기 금지: 심뇌혈관질환은 응급 상황이므로 평일 진료 시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한다.
질환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나, 최선의 방책은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마련한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 수칙’은 건강한 혈관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가이드라인이다.
금연과 절주: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아야 한다.
건강한 식단: 짜지 않게 먹고 통곡물, 채소, 생선을 충분히 섭취한다.
꾸준한 운동: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며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인다.
체중 관리: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스트레스 관리: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기적 측정: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철저한 관리: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약물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조기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에 이를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고위험군이 주위에 있을 경우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지율이 여전히 50~60%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기존 홍보 방식의 한계를 시사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국민 개개인이 증상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과 고령층 맞춤형 현장 캠페인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생명”이라는 문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늘 숙지한 조기 증상 하나가 내일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