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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방 중소도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아·응급·분만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른바 ‘의료판 상생 모델’인 「지방협업형 필수의료체계 구축 시범사업」의 닻을 올렸다. 정부는 2026년 2월 10일부터 사업에 참여할 광역자치단체 2곳을 공모하며, 선정된 지역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12억 8,3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거점병원과 동네의원 간의 강력한 협력 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예산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각자도생해왔던 1차(동네의원)와 2차(지역거점병원)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지방의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인력 부족과 경영난으로 인해 야간·휴일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임에도 멀리 떨어진 대도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했고, 이는 곧 응급실 과밀화와 지역 의료체계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범사업의 골자는 ‘역할 분담’이다. 동네의원(1차)은평상시 외래 진료를 담당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거점병원으로의 의뢰 여부를 결정한다. 거점병원(2차)은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야간과 휴일에 진료를 지속하며, 중등증 환자의 입원 치료까지 책임진다.
복지부는 이러한 체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거점병원에 24시간 진료체계 유지비를 지원하고, 시설·장비비(3억 원), 인건비(8억 8,000만 원) 등 실질적인 운영 기반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사업에 신청하려는 시·도는 사전에 참여할 중진료권을 정하고, 거점병원과 협력의원 간의 체계적인 협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신청 자격에는 지역적 한계가 뚜렷하다.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중진료권이어야 하며,거점의료기관 소재지가 인구감소지역이나 의료취약지에 해당해야 한다.
이는 의료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족한 대도시보다는, 실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의료 절벽’을 먼저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첫째, 진료정보 교류의 실질적 통합이다.복지부는 진료정보교류시스템 등을 통해 신속한 의뢰·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료기관 간 전산망의 호환성이나 정보 공유에 따른 책임 소재 문제로 인해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단순히 시스템을 정비하는 수준을 넘어, 정보 공유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나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인건비 지원의 지속 가능성이다. 지원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8억 8,000만 원)다. 지방 의료기관의 가장 큰 고충이 전문의 채용의 어려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배정이나, 1년 미만의 단기 시범사업 기간 내에 역량 있는 의료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안착시키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셋째, 지역 맞춤형 모델의 구축이다. 중진료권별로 인구 구조와 의료 인프라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영월이나 전남 해남처럼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해야 하는 곳과 경기 포천처럼 수도권 인접 지역은 협력의 난이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률적인 가이드라인보다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유연한 운영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해야 한다.
고형우 필수의료지원관은 이번 사업을 "인구감소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마중물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마중물은 펌프질을 하기 위해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즉, 이번 시범사업의 13억 원 남짓한 예산은 그 자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지역 의료 생태계가 스스로 작동하게 만드는 '트리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2차 병원의 적자를 메워주는 식의 보전금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1차 의원들이 "우리 지역 거점병원을 믿고 환자를 보낼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고, 주민들이 "밤에도 우리 동네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
결국, 이번 시범사업은 대한민국 의료 전달 체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인 12월까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시행착오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향후 전국적인 모델로 확산시킬 수 있는 정교한 설계도를 완성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