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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대한민국 의료 현장은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파고를 맞이한다.
정부가 예고한 ‘의료 AI 실증 및 데이터 통합 로드맵’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국 주요 병원에서 인공지능(AI) 영상 판독 서비스가 표준 진료 체계에 편입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다. 그러나 법적 책임, 수가 체계, 데이터 주권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AI 판독, 단순 검출에서 정밀 예측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료 AI는 흉부 X-ray나 CT 촬영본에서 결절을 찾아내는 ‘단순 검출(Detection)’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6년의 AI는 멀티모달(Multi-modal) 학습을 통해 진화했다. 영상 데이터뿐 아니라 환자의 유전체 정보, 혈액 검사 수치, 생활습관 데이터까지 통합 분석한다. 예컨대, 스마트워치에서 수집된 활동량과 심박수 패턴이 암 발병 가능성 예측에 활용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병변을 찾는’ 것을 넘어, 질병의 미래 위험도를 예측하는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의 CT 영상과 유전자 변이 정보를 함께 분석해 향후 6개월 내 재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능은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이다.
생성형 AI가 바꾸는 판독 프로세스
의료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생성형 AI의 도입이다. 과거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십 장의 영상과 환자 데이터를 검토해 판독 소견서를 작성했다. 이제는 AI가 실시간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전문의는 이를 검수·승인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재편된다. 이로 인해 판독 효율성은 기존 대비 40%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AI는 단순한 ‘현재 진단’을 넘어 ‘미래 예측’을 제공한다. 암세포의 미세 성장 패턴을 분석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치료 전략을 사전에 제안하는 기능은 의료의 본질을 바꾸는 혁신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AI는 의사의 손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의사의 사고를 확장하는 파트너”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적 책임, ‘블랙박스’의 난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 소재는 가장 뜨거운 논란이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적 결과를 도출하지만, 그 판단 과정은 인간의 논리 체계와 달라 ‘블랙박스’로 불린다. 현행법은 의사의 최종 승인을 전제로 책임을 묻지만, 수만 장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AI의 결과를 의사가 찰나의 순간에 완벽히 검증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AI가 암을 정상으로 판단하거나, 반대로 정상 부위를 암으로 오인해 불필요한 수술이 진행될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개발사인가, 최종 판단을 내린 의료진인가?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의료계는 “AI가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2026년 중 ‘의료 AI 사고 특별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이 법안의 향방이 의료 AI 확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가 체계와 디지털 격차
AI 도입의 경제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6년부터 AI 판독 서비스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포함된다. 관건은 ‘가산 수가(추가 비용 인정)’ 수준이다. 병원 측은 고가의 AI 솔루션 구매 및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높은 수가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를 우려해 소극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대학병원과 중소 로컬 병원 간 ‘디지털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도화된 AI 인프라를 갖춘 대형 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병원은 도태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의료 AI 공유 플랫폼을 구축 중이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중소 병원에 대한 기술 지원금 등 실질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자 신뢰와 설명 가능한 AI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좌우할 진단을 기계의 판단에 맡길 수 있느냐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 의료 기술의 핵심 키워드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다. AI가 특정 부위를 병변으로 판단한 이유를 시각적 히트맵과 논리적 근거로 제시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의료계는 “AI가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환자 수용성은 낮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데이터 보안, 연합 학습으로 돌파
민감한 의료 정보 보호는 또 다른 핵심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이 전면 도입된다. 환자의 데이터를 병원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각 병원 내부에서 학습된 AI 모델의 결과값만 공유해 전체 성능을 고도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유출 위험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국가적 의료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의사의 역할, ‘데이터 큐레이터’로 진화
AI는 반복적이고 방대한 작업을 줄여주지만, 의사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단순히 ‘그림을 읽는 사람’에서 AI가 제공한 수많은 데이터 값을 통합해 최적 치료 경로를 결정하는 ‘데이터 큐레이터’로 진화해야 한다. 남는 시간은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 복합 질환 상담, 고도의 수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의료계는 이를 두고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2026년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해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AI가 협력해 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의 원년이 될 것이다. 기술은 골든타임을 확보했지만, 법과 제도의 굴레를 벗어나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의료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신뢰, 책임, 형평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