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국 마약류 평가 기준, UN 공식 국제 표준으로 채택... K-규제 과학의 쾌거
  • 심민정 기자
  • 등록 2025-12-19 08:40:00
기사수정
  • 식품의약품안전처, UNODC와 공동 연구 통해 ‘신종마약류 의존성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 및 90여 개국 배포

마약류 의존선 평가 국제(UN) 가이드라인 국문본[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대한민국의 마약류 평가 기술이 세계의 표준으로 우뚝 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신종마약류 지정을 위한 과학적 평가 기준을 담은 ‘마약류 의존성 평가 분야’ 국제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그간 국제 기준을 추격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직접 글로벌 규제 표준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12월 16일, UNODC와 함께 신종마약류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평가 기준을 담은 국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전 세계 90여 개국에 국문과 영문본으로 동시 배포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공식 명칭은 ‘신종마약류 남용 및 의존성 평가 국제 가이드라인: 합성 오피오이드계 약물(Assessment of the Abuse and Dependence Potential of New Psychoactive Substances: Synthetic Opioids)’이다. 

 

마약류 의존성 평가 영역은 그간 통일된 국제적 기준이 부재하여 각 국가가 신종마약류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식약처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2년 11월 UNODC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데 이어, 2023년 9월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본격적인 국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식약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발간한 기존의 국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식약처-UNODC-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삼각 공동 연구가 추진되었고, 마침내 세계 표준이라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합성 오피오이드계 약물’을 우선적인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오피오이드계 약물에는 모르핀, 헤로인, 옥시코돈, 펜타닐 및 그 유사체뿐만 아니라 니타젠(nitazene) 계열의 신종 합성 오피오이드 등이 포함된다. 

 

가이드라인은 동물행동시험을 통해 이러한 약물들의 효과와 의존성 특성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제 가이드라인의 참고문헌에는 식약처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발간한 4건의 국내 마약류 의존성 평가 가이드라인이 공식적으로 명시되었다. 이는 한국 식약처의 규제 과학 역량이 국제적으로 완전히 공인받았음을 시사한다. 

 

이번 성과는 단일 기관의 노력이 아닌 국내외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식약처와 함께 공동 연구를 수행한 KIST는 기술 검토와 평가 기준 정립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2025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전문가 회의(Expert Group Meeting)와 피어 리뷰(Peer-review) 과정을 통해 가이드라인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의 산드라 D. 코머(Sandra D. Comer) 교수,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의 매튜 L. 뱅크스(Matthew L. Banks) 교수를 비롯해 이탈리아, 멕시코,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참여했다. 한국 측에서는 식약처의 박수정 연구관, KIST의 임혜인 단장과 이상준 박사, 한국뇌연구원의 구자욱 박사 등이 참여하여 한국의 전문성을 발휘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해 "대한민국이 국제 기준을 따라가던 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기준 마련을 주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의 기준이 세계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표준화된 마약류 평가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상록 KIST 원장 역시 "국제 기준 마련에 기여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향후에도 국제사회가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 구축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이 신종마약류에 대한 각국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내년에는 각성제 계열 약물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국제 가이드라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마약류 전반에 걸친 국제 평가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립하여 명실상부한 ‘규제 과학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다는 방침이다. 

 

제정된 국제 가이드라인(UN document ID number: ST/NAR/58)은 총 46페이지 분량의 PDF 파일로 제작되었으며, UNODC 공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식약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은 한국의 규제 행정 능력이 세계 표준을 직접 생산해내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마약이라는 전 지구적 위협 앞에서 한국이 제시한 과학적 잣대가 전 세계인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