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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Issue] 2025년 글로벌 제약산업 총결산: ‘모달리티’의 세대교체와 ‘특허 만료’의 공포가 빚어낸 생존 게임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12-24 08: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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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제약산업 주요 변화 [Gemini 생성 이미지]

2025년 12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은 ‘불확실성의 안개’와 ‘과학적 퀀텀 점프’가 공존한 한 해를 보냈다. 팬데믹 이후의 유동성 축소는 옥석 가리기를 가속화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은 빅파마들의 R&D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2025년은 기존의 항체 치료제를 넘어 ADC(항체-약물 접합체), TPD(표적 단백질 분해제), RLT(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Modality)가 실험실을 벗어나 상업적 표준으로 자리 잡은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2025년을 관통한 5대 핵심 이슈와 기업별 성적표를 심층 분석한다.

 

2024년이 GLP-1 제제 공급난의 해였다면, 2025년은 ‘경구용 제제’와 ‘적응증 확장’이 시장을 지배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시가총액 경쟁은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IT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릴리의 굳히기 (Orforglipron & Retatrutide): 릴리는 2025년 하반기, 경구용 GLP-1 작용제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임상 3상 탑라인(Top-line) 결과를 발표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주사제 대비 대등한 체중 감량 효과와 압도적인 편의성을 입증하며, 주사 공포증이 있는 환자층을 흡수할 채비를 마쳤다. 

 

또한, ‘트리플 작용제(GLP-1/GIP/Glucagon)’인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임상 3상 중간 분석에서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재확인하며, 비만 수술(Bariatric surgery)을 대체할 강력한 무기임을 증명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차세대 복합제 ‘카그리세마(CagriSema)’의 임상 3상 결과를 통해 위고비 대비 우월한 효능을 입증하며 방어막을 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다. 마드리갈(Madrigal)의 ‘레즈디프라’가 선점한 MASH 시장에 GLP-1 제제들이 침투하며, 2025년은 비만약이 단순 미용이 아닌 ‘대사 질환의 만병통치약’으로 진화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2025년 비만 시장의 숨은 키워드는 ‘근육 보존’이었다. 리제네론(Regeneron)과 릴리 등이 주도한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억제제’ 병용 요법 임상이 가시화되었다. 체중 감량 시 발생하는 근손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이 전략은 향후 비만 치료의 새로운 표준(Standard of Care)이 될 전망이다.

 

항암 시장에서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가 완전히 주류로 자리 잡았으며, 뒤이어 ‘방사능 미사일’인 RLT가 급부상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Enhertu)’는 유방암을 넘어 고형암 전반으로 적응증을 넓혔다. 2025년의 하이라이트는 ‘포스트 엔허투’ 경쟁이었다. 특히 애브비(AbbVie)가 인수한 이뮤노젠의 기술을 바탕으로 난소암 치료제 ‘엘라히어(Elahere)’가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고, 길리어드(Gilead)의 ‘트로델비(Trodelvy)’ 역시 폐암 임상에서 긍정적 데이터를 추가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TROP2, c-Met, HER3 등 타깃이 다양화되고, 독성을 줄인 차세대 링커 기술이 적용된 파이프라인들이 대거 임상 2상에 진입했다.

 

노바티스(Novartis)의 ‘플루빅토(Pluvicto)’가 전립선암에서 거둔 성공은 2025년 RLT 열풍을 불러왔다. 릴리가 인수한 포인트 바이오파마(Point Biopharma)의 파이프라인들이 가시화되었고, BMS가 인수한 레이즈바이오(RayzeBio)의 악티늄 기반 RLT 약물이 임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항암제 시장의 자본이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표적형 방사성 치료제'로 대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난공불락이었던 중추신경계(CNS) 분야는 2025년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냈다.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Leqembi)’와 릴리의 ‘키선라(Kisunla, 도나네맙)’가 시장에 안착한 가운데, 2025년의 승부처는 ‘편의성’이었다. 레켐비의 오토인젝터(Auto-injector) SC 제형이 FDA 승인을 획득하며,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투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BMS가 인수한 카루나 테라퓨틱스의 ‘코벤피(Cobenfy, 구 KarXT)’가 2025년 본격적인 처방 확대에 나섰다. 도파민을 억제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던 기존 약물과 달리, 무스카린 수용체를 타깃하는 이 신약은 70년 만의 새로운 기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블록버스터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26년부터 적용될 IRA 약가 인하와 키트루다(Keytruda), 엘리퀴스(Eliquis) 등 초대형 약물들의 특허 만료 임박은 제약사들을 절박하게 만들었다.

 

머크(MSD)는 2025년,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어 전략을 구체화했다. 알테오젠(Alteogen)의 기술을 접목한 키트루다 SC는 기존 정맥주사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지연시키는 효과적인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규제 당국의 반독점 감시가 강화되면서 수십조 원 단위의 메가 딜보다는 50억 달러 미만의 알짜 기업 인수(Bolt-on)가 주를 이뤘다. 특히 면역학(Immunology)과 신경학 분야의 후기 임상 단계(Phase 2/3)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텍들이 빅파마의 쇼핑 리스트에 올랐다.

 

2025년은 미국 의회를 통과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실질적인 시장의 압력으로 작용한 해다. 법안의 유예 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파마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국계 CDMO(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와의 신규 계약을 중단하고 파트너 교체에 나섰다.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의 론자(Lonza), 일본의 후지필름 다이오신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의 가동과 함께 ADC 전용 생산 라인을 본격화하며 빅파마들의 수주 물량을 쓸어 담았다. 2025년 CDMO 시장은 단순한 ‘위탁 생산’을 넘어, 개발 초기부터 규제 대응까지 책임지는 ‘End-to-End’ 서비스 역량이 파트너 선정의 핵심 기준이 되었다. 인도계 CDMO 기업들의 저가 공세 또한 거세지며, 탈중국 이후의 공급망은 ‘프리미엄(한·일·유럽) vs 가성비(인도)’의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

 

2025년을 정리하며 확인된 명백한 사실은 ‘R&D 생산성’의 위기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임상 실패를 줄이기 위해 AI 신약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엔비디아(NVIDIA)와 구글 딥마인드의 기술을 도입한 제약사들은 올해 처음으로 AI가 설계한 후보물질의 임상 2상 진입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는 2026년 이후 신약 개발 속도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또한, IRA 협상 약가가 2026년 1월 1일부터 실제 적용됨에 따라, 2025년 말 제약사들의 재무 전략은 극도로 보수적으로 변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확실한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텍에게는 기회이자,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양극화를 초래했다. 다가오는 2026년은 ‘누가 더 혁신적인가’보다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생존하는가’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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