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ForDoc Issue] 2025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총결산: '수출 잭팟'과 '양극화'의 공존
  • 박정민 기자
  • 등록 2025-12-22 08:42:59
기사수정

Gemini 생성이미지

2025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질주와 혹독한 구조조정이 동시에 일어난,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팬데믹 특수 종료 이후 찾아왔던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준비된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빅 사이클(Big Cycle)'에 진입했다. 반면, 확실한 파이프라인이 없는 한계 기업들은 상장 폐지나 매각의 칼바람을 맞아야 했다. 본지는 2025년을 관통한 5대 핵심 이슈를 통해 국내 제약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한다.

 

2024년 미국 하원을 통과했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2025년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Supply Chain) 지도가 한국 중심으로 재편됐다. 중국의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경쟁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배제되자, 그 빈자리를 채울 유일한 대안으로 한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이 낙점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의 가동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차오르며, 창사 이래 최초로 연 매출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주 계약의 '질적 변화'다. 단순 항체 의약품을 넘어, 올해부터 본격화된 ADC(항체-약물 접합체) 전용 생산 라인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수주 물량이 쏟아졌다.

 

후발 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송도 바이오 캠퍼스의 1공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대규모 선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로써 2025년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를 굳힌 해로 기록되게 됐다.

 

지난 2024년이 국산 신약의 '미국 FDA 입성'을 축하하는 해였다면, 2025년은 '상업적 성공'을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였다. 결론적으로 성적표는 '우수(Excellent)'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미국명 라즈클루즈)'는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와의 병용 요법이 미국 NCCN(미국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 1차 치료제로 권고되면서 처방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 출시 첫해였던 2024년 하반기의 탐색전을 끝내고, 2025년에는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의 점유율을 유의미하게 뺏어오며 유한양행에 수천억 원대의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익을 안겼다.

 

셀트리온의 '짐펜트라' 역시 2025년을 기점으로 미국 내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등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에서 유일한 SC(피하주사) 제형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출시 2년 차에 매출 1조 원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국산 신약도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사례다.

 

2025년 R&D 트렌드는 단연 ADC와 비만 치료제였다. 국내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넘어 기술력을 인정받는 '플랫폼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구 레고켐바이오)는 2025년, 일본과 유럽 제약사에 추가적인 기술 이전을 성사시키며 누적 계약 규모 1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임상 단계가 진전된 파이프라인에서 긍정적인 중간 결과가 나오며, 단순한 플랫폼 기술 제공을 넘어 자체 신약 개발사로서의 가치를 재평가받았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뚝심이 빛났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이 종료 수순에 접어들며 2026년 출시 가시권에 들어왔고, 차세대 삼중 작용제(HM15275)는 글로벌 임상 1상에서 고무적인 체중 감량 데이터를 발표해 빅파마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동아에스티와 대원제약 등도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 제형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R&D 모멘텀을 이어갔다.

 

2025년 R&D 트렌드[Gemini 생성 이미지]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짙은 그늘도 있었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코스닥 상장 요건(기술특례상장) 심사가 대폭 강화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 바이오벤처들의 도산과 인력 감축이 줄을 이었다.

 

2025년은 '옥석 가리기'가 잔인할 정도로 명확하게 진행된 해였다. 확실한 임상 데이터나 글로벌 파트너십이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 인수(2024년) 사례처럼, 풍부한 현금 흐름을 가진 전통 제약사나 대기업이 유망 바이오텍을 흡수 합병하거나 지분 투자를 늘리는 식의 M&A가 활발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건전한 구조조정 과정"으로 해석한다. 거품이 꺼진 자리에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살아남아 대형 제약사와 시너지를 내는 '선진국형 바이오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테마에 머물렀던 'AI(인공지능) 신약 개발'은 2025년, 실제 임상 진입 사례가 늘어나며 실체를 드러냈다.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이 자체 구축한 AI 플랫폼이나 협업을 통해 발굴한 후보물질이 임상 1상에 잇달아 진입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바이오 투자 확대 기조와 맞물려, 국내 AI 신약 벤처들도 기술 수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AI가 도출한 물질의 임상 2상 성공률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공존했다. 2025년은 AI가 신약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필수 도구'로 현장에 완전히 정착한 원년으로 평가된다.

 

2025년이 K-바이오가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하는 해였다면, 다가올 2026년은 확보된 파이프라인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수익'을 거두는 해가 될 것이다.

 

특히 렉라자와 짐펜트라의 판매 로열티가 현금으로 유입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매출이 온기 반영되면서 산업 전반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2025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인하 시그널로 인해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풀리며, 2026년 상반기에는 유망 바이오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재도전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과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변수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2025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