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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Drug] 주사기 내려놓고 알약 삼킨다... 비만치료의 '경구용 혁명'과 일라이 릴리의 승부수
  • 이지우
  • 등록 2026-01-12 0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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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질병"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린 2025년 말,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또 한 번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가 촉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제제 열풍은 비만을 단순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치료 가능한 만성 질환'의 영역으로 확실히 격상시켰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주사제라는 투약의 거부감, 냉장 보관의 까다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성적인 공급난이라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시장의 눈은 '먹는 약', 즉 경구용 비만치료제로 향하고 있다. 그 태풍의 눈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전략 물질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다. 현재 임상 3상 '어테인(ATTAIN)'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이 약물은 단순한 제형의 변화를 넘어, 비만 치료의 대중화와 보편화를 완성할 '진정한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본지는 2026년 상반기 결과 발표를 앞둔 오르포글리프론의 개발 현황과 이것이 가져올 시장의 파괴적 혁신을 심층 분석한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모두 펩타이드(Peptide) 기반의 생물학적 제제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분자량이 크고 위산이나 소화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입으로 삼킬 경우 체내 흡수율이 극도로 낮다. 이것이 지금까지 비만치료제가 불가피하게 주사제 형태로 개발될 수밖에 없었던 생물학적 난제였다.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이 난제를 '비펩타이드성 소분자(Non-peptide Small Molecule)'라는 기술적 우회로를 통해 정면 돌파했다. 오르포글리프론은 GLP-1 수용체에 결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 기전은 기존 주사제와 동일하지만, 화학적으로 합성된 작은 분자 구조를 가진다.

 

이 차이는 실로 막대하다. 소분자 화합물은 소화기관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별도의 흡수 촉진제 없이도 장 점막을 통해 혈류로 흡수되는 생체 이용률이 높다. 즉, 환자들은 매주 배나 허벅지를 찌르는 고통과 번거로움, 주사 부위의 발적이나 가려움에서 해방되어, 매일 아침 영양제를 먹듯 알약 하나로 체중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주사 공포증(Needle Phobia)이 있는 환자층까지 시장을 확장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한 기대감이 단순히 '먹는 편의성'에만 그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강력한 효능 때문이다. 지난 2023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된 임상 2상 결과는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오르포글리프론을 하루 한 번 복용한 환자군(12mg~45mg 용량)은 26주 차에 체중의 8.6%에서 최대 12.6%를 감량했다. 36주 차까지 추적했을 때 감량 효과는 약 14.7%에 달했다.

 

이는 현재 최고의 주사제 비만약으로 꼽히는 젭바운드나 위고비의 초기 데이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치다. "먹는 약은 주사제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결과였다. 물론 메스꺼움, 구토, 변비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관찰되었으나, 이는 GLP-1 계열 약물이 공유하는 전형적인 특징으로 용량 적정(Titration)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일라이 릴리는 대규모 임상 3상 프로그램인 '어테인(ATTAIN)'을 전격 가동했다.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위험군 등 다양한 환자군 수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임상은 이제 데이터 분석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업계에서는 2026년 상반기 내 탑라인 결과 발표와 함께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임상 3상 결과는 오르포글리프론이 '블록버스터'를 넘어 '메가 블록버스터'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오르포글리프론이 가진 진정한 파괴력은 효능보다 '제조 공정(CMC)'에 있다. 현재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펩타이드 제제는 거대한 바이오 리액터(배양기)에서 복잡한 생물학적 배양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를 정제하여 무균 상태에서 주사 펜(Pen)에 충전하는 공정이 매우 까다롭다. 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어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

 

반면, 오르포글리프론은 화학 합성 의약품이다.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을 찍어내듯, 일반적인 제약 공장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월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비만치료제 비용은 환자들에게 큰 진입 장벽이다. 만약 일라이 릴리가 오르포글리프론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막대한 물량을 쏟아낸다면, 공급 부족 문제를 단번에 해결함과 동시에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평정할 수 있다.

 

또한 '냉장 유통(Cold Chain)'이 필요 없다는 점은 물류 비용 절감과 유통의 용이성을 보장한다. 약국 선반에 상온 상태로 진열이 가능해지며, 냉장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중저소득 국가의 비만 환자들에게도 치료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 즉, 오르포글리프론은 '부자들의 다이어트 약'이라는 오명을 벗고 비만 치료의 민주화를 이끌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경쟁자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양대 산맥인 노보 노디스크 역시 경구용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인 '리벨서스(Rybelsus)'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리벨서스는 펩타이드 제제인 탓에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흡수 촉진제(SNAC)를 사용해야 하며, 환자는 기상 직후 공복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고 30분간 물 섭취조차 제한되는 등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 큰 불편함이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차세대 경구용 비만약 '아미크레틴(Amycretin)'을 개발 중이다. 아미크레틴은 GLP-1과 아밀린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로, 초기 임상에서 고무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나 상용화 시점에서는 일라이 릴리에 다소 뒤처져 있다.

 

화이자(Pfizer) 역시 이 시장을 노리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과거 개발하던 경구용 후보물질 '로티글리프론(Lotiglipron)'이 임상 도중 간 독성(간 효소 수치 상승) 문제로 개발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또 다른 후보물질인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은 하루 2회 복용의 번거로움과 부작용 이슈로 제형 변경을 시도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로서는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음식물 섭취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한 편의성과 안전성 데이터의 우위를 바탕으로 '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약물)'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상 3상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최후의 산은 '장기 안전성'이다. 앞서 언급한 화이자의 로티글리프론 사례처럼, 소분자 GLP-1 작용제는 구조적으로 간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임상 2상에서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심각한 간 독성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수천 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투약하는 임상 3상에서도 간 효소 수치와 관련된 안전성이 완벽하게 입증되어야 한다.

 

또한, 약물 중단 시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은 경구제에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는 비만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약을 복용하며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평생 복용해도 안전한지, 그리고 평생 복용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저렴한지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6년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원년이 될 공산이 크다.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임상 3상의 문턱을 성공적으로 넘는다면, 인류는 비만과의 전쟁에서 주사기 대신 '물 한 컵과 알약 하나'라는 가장 강력하고 간편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전 세계 환자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일라이 릴리의 데이터 발표에 쏠려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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