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제공
바늘 없는 주사, 통증 없는 치료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건국대학교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공동 연구팀이 '피코리터 얼음 입자 전달(PIPD)' 기술을 개발해 난치성 피부 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주사 대신 미세한 얼음 입자를 이용해 약물을 피부 깊숙이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PIPD 기술의 핵심은 액체 약물을 순식간에 미세한 얼음 입자로 바꾸는 데 있는데, 연구팀은 초음속 극저온 제트를 활용해 약물을 300마이크로초(µs)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음 입자로 만들었다. 이렇게 생성된 얼음 입자는 피부 장벽에 손상을 주지 않고도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하게 된다.
특히 이 기술은 단백질이나 세포 기반 바이오 의약품의 구조와 기능을 안전하게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PIPD 공정을 거친 세포외소포체(EVs)는 크기, 형태, 단백질 마커 등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아토피 피부염과 피부 상처가 있는 동물 모델에게 고기능성 세포외소포체를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단순 도포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효능을 보였으며, 기존의 주사 방식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뛰어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PIPD 기술은 기존 약물 전달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약물이 피부 전층에 고르게 분포되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조쌍구 교수는 "PIPD 기술은 줄기세포 엑소좀과 같은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의 효과를 높이는 혁신적인 방법"이라며,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약리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게재되었으며,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도 소개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UNIST 김건호 교수는 "정밀 기계공학 기술과 바이오 기술의 융합으로 기존 약물 전달의 어려움을 해결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강조하며, "이 기술을 피부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조직과 질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사 바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할 PIPD 기술이 미래 의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