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기대감에 서울 집값 들썩…매물 거두고 계약파기 요구도(종합)

올해 들어 최대폭 상승…전문가들 "하반기 강세장" 전망

강남권 상승세 마포·성동 넘어 강북권까지 퍼지나

정부도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 엄중…가용수단 총망라"

서울 집값 상승세 토허구역 이어 성북·노원 등으로 확산 기류.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지정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을 넘어 성북구와 노원구, 금천구 등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이날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46.8%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42.3%) 대비 4.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노원구의 상승거래 비중도 44.5%로 전월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금천구 역시 상승거래가 지난 4월 44.7%에서 지난달 46.3%로 늘었다.2025.6.10[연합뉴스 사진]

 6·4 대선 직후 첫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초부터 들썩였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집값 오름세가 강북권과 경기 과천·분당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강세장'을 점친다. 추가 금리 인하와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은 상황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새 정부 출범 기대감까지 겹쳐 부동산시장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도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대응에 나섰다.

◇ 서울 아파트값, 작년 여름 '불장' 수준 상승률

한국부동산원이 12일 발표한 '6월 둘째 주(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올랐다.

이런 상승 폭은 '불장'이었던 지난해 8월(넷째 주 0.26%) 수준이다.

계엄 이후 6개월간 이어졌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대선 이후 시장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서울 주요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손님이 평일에도 4∼5팀씩 오는데 보여줄 집이 없다"며 "집주인들이 가격을 계속 올려서 부르고, 그래도 계약을 하자고 하면 물건을 들여놓아 버린다"고 전했다.

계약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직후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를 매입한 A씨는 "아직 잔금을 치르기 전인데 집주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연락을 해왔다"며 "집값이 최근 1억∼2억원 올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서초·강남이 먼저 움직이면 송파, 강동이 뒤따라 오르고 마포·용산·성동과 강북 지역으로 퍼지는 '집값 상승 공식'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주 서울에서는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0.71%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송파구 아파트값은 5월 둘째 주 0.12%에서 0.22%→0.30%→0.37%→0.50% 등으로 상승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송파 다음으로는 강동(0.50%), 성동(0.47%), 마포(0.45%), 용산(0.43%)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17∼2021년처럼 상급지, 하급지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상승세는 나타나기는 어려워도 덜 오른 지역이 차례로 오르는 '갭(gap) 메우기' 장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파구 집값 상황은?'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부동산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2.13 [연합뉴스 사진]

◇ "돈 풀린다" 높아진 기대감…"수요관리 나서야" 목소리도

대선 전부터도 집값이 들썩이는 조짐은 있었다.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가 예고되자 대출 규제 전 집을 사려는 '막차' 수요가 움직이면서다.

여기에 금리 추가 인하와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수 심리를 자극했고, 대선으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집값 상승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정부와 달리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한 이재명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과 발언을 통해 수요 억제 정책을 펴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유동성이 확대되면 결국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올 거라는 기대감도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선 직방 빅테이터랩장은 "최근 이 대통령이 한국의 은행 예대금리 차가 해외와 비교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금리 관련 언급을 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 작용하게 되면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공급과 함께 수요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먼저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확실히 보내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금리가 낮아져 생긴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돌 수 있기에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 엄중"…대책 언제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집값 급등을 경험한 새 정부 역시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부동산시장 점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정부는 "투기, 시장 교란 행위나 심리 불안으로 인한 가수요 등이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 공급 확대, 규제지역 확대 등 집값 안정을 위한 수단을 폭넓게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관련해선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비상 상황이 되면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관건은 '속도'로, 부동산 대책이 제때 나오지 않는다면 달아오른 시장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