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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재초환법 폐지 물건너 가나…떨고 있는 재건축 단지
  • 이명하 기자
  • 등록 2025-04-11 0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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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재초환법 폐지 물건너 가나…떨고 있는 재건축 단지


전국 51곳, 1만8천여가구 준공…정부 재초환 폐지 추진에 1년 넘게 실부과 '0'


조기 대선 변수…"부과 재개하면 재건축 사업 올스톱" 조합 불안 확산


강남 준공단지 3곳으로 늘어, 지방도 억대 부담금 불가피…공은 차기 정부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논의가 불투명해지면서 재건축 조합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 50여개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부과가 대기 중인 가운데 차기 정권의 기조에 따라 환수제 폐지가 물 건너가고, 당장 이들 단지에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건설업계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부담금이 큰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 재건축 조합들의 눈과 귀가 6월 3일 이후 차기 정부로 향하고 있다.


 서울 잠실 주공5단지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


◇ 대선 이후 51개 준공 단지 1만8천가구 부담금 부과되나…조합 불안 확산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상 아파트 가운데 준공을 하고 부담금 재산정 및 부과 절차를 앞둔 곳은 전국적으로 총 51개 단지, 약 1만8천가구에 달한다.


국회와 정부는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을 줄여주기 위해 부담금 산정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변경하고, 1주택자의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해 3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새 기준을 적용해 부담금을 부과한 단지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재초환법에 따르면 해당 자치단체장은 준공 후 5개월 이내에 재초환 부담금을 산정해 조합에 통보해야 하지만, 부과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1주택자 감면에도 높은 부담금을 내야 하는 단지들의 반발이 컸던 데다 정부가 지난해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공식적으로 재초환 부담금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자체도 적극적인 부과를 못 하고 지켜보는 상황이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성남 분당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재초환 부담금 폐지 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조합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협조가 원활치 않았고,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강압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확정되며 앞으로 재초환 폐지 등 법 개정과 부과 여부는 사실상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을 만든 주체로, 개정법 시행 후 첫 부과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추가 개정 및 폐지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대선 전 이달 중으로 한 차례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 예정이지만, 재초환법 폐지 법률은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들은 재초환법 폐지 추진이 동력을 잃으면 당장 준공을 한 50여개 단지부터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부담금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의 반발이 크다.


서울 강남권의 부담금 부과 1호 단지인 반포 현대(현 센트레빌아스테리움)는 2021년 8월에 입주해 올해로 준공 4년 차를 맞았으나 부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개정된 부담금 완화 방안을 적용해도 가구당 억대의 부담금 산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포 현대 조합측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택가격동향 통계가 조작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 부동산원 통계로 정상 집값 상승률을 계산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지자체가 부담금을 부과하면 행정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전인 2018년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일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


◇ 지방도 재건축 부담금이 '3억5천만원'…업계 "부과 본격화시 재건축 중단 우려"


앞으로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하면 재건축 단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에는 반포 현대뿐만 아니라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현 방배센트레빌인더포레), 송파구 문정동 136 빌라(현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 재건축 등 총 3개 단지가 이미 준공해 부담금 부과를 앞두고 있다.


신성빌라 재건축은 2023년 12월, 문정동 빌라 재건축은 지난해 9월 준공했다.


반포 현대와 신성빌라는 신축 규모가 90∼100가구 안팎이지만, 문정동 136 재건축은 단지 규모가 1천65가구의 대단지고 재초환 부담금 대상 조합원만 814명에 달해 실 부과가 이뤄질 경우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문정동 136 재건축 사업은 2018년 관리처분인가 당시 1인당 부담금 예상액으로 5천796만원이 통보됐으나 이후 재초환법 개정과 함께 2019년부터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이 변수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서초구 반포3주구는 1인당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초환 부담금은 서울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2년 9월 입주한 대구 남구 대명역골안 재건축(현 대명역센트럴엘리프)을 비롯해 지난해 10월 입주한 대구시 수성구 범어우방1차(현 대구범어아이파크), 2023년 말 입주한 부산 대연4구역 재건축(현 더비치푸르지오써밋) 등도 재초환 부담금 부과 대상이다.


특히 지방에서도 '억대 부담금' 단지가 속출할 전망이다.


앞서 재건축 부담금 완화 법안이 통과된 후 대구 수성구청이 추정한 단지별 1인당 재건축 부담금은 범어우성1차 2억5천만원, 우방범어타운2차 2억3천만원 선이었다.


범어동 삼일맨션 소규모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수가 63명에 불과한 데 1인당 예상 부담금이 3억5천만원에 달했다.


올해 2월 입주가 시작된 대전시 서구 용문동 1·2·3구역 재건축 단지(현 둔산더샵엘리프)도 최초 예상 부담액이 2억7천만원 선으로, 바뀐 완화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억대 부담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용적률 인센티브가 큰 분당 등 1기 신도시도 높은 재건축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용산구 한강맨션처럼 1인당 7억원이 넘는 예정액이 통보된 단지가 있지만 수도권 1기 신도시, 특히 지방 단독주택이나 저층 빌라 재건축처럼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개발이익이 큰 곳은 많게는 수억원대 부담금이 나올 수 있다"며 "차기 정부와 국회가 도심 주택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슬기로운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관계자는 "공사비 증가로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늘었는데 재초환 부담금까지 내야 한다면 재건축 사업이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와 차기 정부에 부담금 폐지 건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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