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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아이 미루기 습관 고치고 지능 올리는 방법은
  • 김지원 기자
  • 등록 2025-03-05 07: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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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아이 미루기 습관 고치고 지능 올리는 방법은


꾸준한 공부는 장기기억 활성화…충분한 수면도 중요


휴대전화 치우고 타이머 활용해 공부…신간 '교육의 뇌과학'


새학기 새학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진]


자기 할 일을 제시간에 처리하는 '성숙한' 학생들은 늘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차일피일 미루다 막판에야 가까스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그야말로 울화통이 터지기 일쑤다. 4일부터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각 가정에선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학기, 가정의 평화를 지키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 미루기 습관을 개선할 수 있을까.


숙제하는 아이숙제하는 아이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사진]


◇ 대학생 80% 이상 미루기…초등학교 때부터 습관화


초등학생 A군은 미루기의 달인이다. 부모가 보기에 시험이 다가와도 천하태평이다. 공부하지 않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숙제와 공부를 미루곤 한다. 부모는 속 터지지만 그렇다고 아이 마음도 편한 건 아니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A군은 내적 갈등을 계속하지만, 선뜻 연필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그는 미루고 미루다 결국 시험 전날 밤 '벼락치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도 촉박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공부가 될 리 만무하다. 그 시점에선 벼락치기조차 소용없다. A군이 생각할 수 있는 건 포기뿐이다.


열공 중인 대학생들열공 중인 대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


미루는 습관은 학생들이 마주하는 큰 문제 중 하나다. 미국 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80~95%는 미루는 습관이 있고, 75%는 스스로를 미루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더 심각한 건 50%는 지속적인 미루기로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이런 습관은 대개 초등학교 때부터 형성돼 대학 시절까지 이어진다고 바버라 오클리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진단한다. 그는 신간 '교육의 뇌과학'(현대지성)에서 "미루기 습관을 어린 시절에 고칠 수 있었다면 학생들의 삶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점 학용품 코너서점 학용품 코너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


◇ "회피는 마법처럼 순간의 고통을 없애준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우리 뇌와 관련이 있다. 하기 싫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생각하면 뇌에서 고통 신호를 처리하는 부분인 '대뇌섬 피질'에서 고통스러운 감정이 활성화된다. A군처럼 일을 잘 미루는 사람들은 이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게임, 만화책 읽기 등 다른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오클리 교수는 "회피는 마법처럼 순간의 고통을 없애준다"고 설명한다.


또한 미루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벼락치기는 장기적으로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오클리 교수는 강조한다. 새로 입력한 정보를 강화해서 새로운 신경세포 연결 고리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시험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두뇌는 밤늦게까지 학습한 내용과 관련한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급하게 습득한 정보는 급하게 사라진다.


특히 작업 기억 용량이 작아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들의 경우는 이런 벼락치기가 치명적이라고 오클리 교수는 말한다. 이들은 장기기억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학용품 코너학용품 코너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


◇ 미루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면 지능도 좋아져


작업 기억이 좋지 않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연습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습을 많이 하면 절차적 학습경로를 통해 장기기억에 정보를 쌓아 빠르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작업 기억을 장기 기억이 보완해 주는 것이다.


정보를 장기 기억에 담으려면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을 활성화해줘야 한다. 간단한 시험이나 숙제 연습 등으로 내용을 자주 떠올리게 하면 신피질의 연결고리가 강화한다. 또한 복잡한 내용을 여러 날에 걸쳐 능동적으로 공부하면 장기 기억의 연결망이 발달한다.


수면도 매우 중요하다. 잠자는 동안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시냅스(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연결 고리는 강화하고, 다른 연결고리는 약화하며 일부는 잘려 나간다. 이처럼 수면은 기억강화 과정을 촉진한다.


오클리 교수는 "두뇌는 밤에 잠을 자면서 8시간 동안 휴식하고, 이때 기억이 전체적으로 견고해진다"고 강조한다.


휴식은 일과시간 학습할 때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학습 중 1분 미만으로 쉬어도 학생들이 새로운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다. 휴식을 통해 신경세포의 연결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뇌 신경세포뇌 신경세포 [서울아산병원 제공. 연합뉴스 사진]


◇ '미루기' 고칠 수 있는 '꿀팁'은


저자에 따르면 일단 숙제할 때나 공부할 때의 방해 요소를 주변에서 멀리하는 게 좋다. 특히 스마트폰을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치우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타이머를 25분 후에 올리도록 설정하고, 25분 동안은 최대한 집중한 후 5분간 휴식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서너차례 반복한 후 30분 정도 쉬면 좋다고 오클리 교수는 설명한다.


교실에선 선생님과 함께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제를 하나씩 끝낼 때마다 '체크 표시'를 하면 학생들은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어려운 과제를 잘게 나눠서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선주 옮김. 384쪽.


 [현대지성 제공. 연합뉴스 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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