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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Drug] '비만약' 다음은 간(Liver)이다…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의 2026년 승부수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6-01-28 07: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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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기반 비만 치료제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거대 자본과 기술력이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향해 집결하고 있다. 그 선봉에는 2024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상 최초의 MASH 치료제로 승인받은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즈디프라(Resmetirom)'가 있다.

 

'신약 개발의 무덤'이라 불리던 MASH 시장을 레즈디프라가 뚫어낸 가운데, 업계는 처방 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2026년을 기점으로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권자들이 적응증 확대를 노리며 맹추격하고 있어, 향후 1년이 이 30조 원 규모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약물 경쟁을 논하기에 앞서, 왜 전 세계가 이 질환에 주목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리던 이 질환은 최근 학계의 합의를 통해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는 질환의 본질이 단순한 음주 유무가 아니라, 비만·당뇨·고지혈증 등 전신적인 '대사 기능 장애'에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흔히 건강검진에서 듣는 '지방간(단순 지방증)'이 간세포 내에 지방이 5% 이상 낀 상태라면, MASH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진행형 질환이다. 간에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이 독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간세포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Ballooning), 염증을 유발하여 간세포를 파괴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상처 난 피부에 흉터가 생기듯 간에도 굳은살이 박히는데, 이것이 바로 '간 섬유화(Fibrosis)'다. 섬유화가 심해지면 간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Cirrhosis)으로 악화하고, 결국 간암이나 간 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무서운 점은 간이 70% 이상 망가질 때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침묵의 파괴자'를 막기 위해,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을 넘어 간의 염증을 잡고 섬유화를 되돌릴 치료제가 절실했던 것이다.

 

마드리갈의 레즈디프라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이 경구용 약물은 간의 대사를 강제로 활성화해 지방을 태우고,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한다. 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 3상(MAESTRO-NASH)에서 레즈디프라는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지방간염 해소와 섬유화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40년 넘게 이어진 '치료제 부재'의 시대를 종식시켰다.

 

주목할 점은 왜 업계가 2026년을 레즈디프라의 진정한 도약기로 보는가이다. 출시 초기였던 2024~2025년이 의사들의 처방 경험 축적과 사보험 등재를 위한 '탐색기'였다면, 2026년은 폭발적인 처방 확장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동력은 '진단 가이드라인의 변화'다. 과거 MASH 확진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간 생검(Biopsy)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침습적 방법이라 처방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FDA는 레즈디프라 승인 당시 간 생검을 필수 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MRI-PDFF(자기공명영상 양자밀도지방비율)나 ELF 테스트 같은 비침습적 진단법이 임상 현장에 보편적으로 정착되는 시점이 2026년으로 예상된다. 진단의 문턱이 낮아짐과 동시에 유럽(EMA) 등 글로벌 시장 출시가 본격화되며 레즈디프라의 매출 곡선은 가파른 J커브를 그릴 것으로 관측된다.

 

레즈디프라가 간 특이적 기전으로 시장을 선점했다면, 후발 주자들은 이미 비만 시장을 평정한 강력한 무기인 '인크레틴' 호르몬을 앞세워 MASH 시장을 넘보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젭바운드)'다.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 약물은 임상 2상(SYNERGY-NASH)에서 놀라운 결과를 내놓았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최고 용량 투여군에서 MASH 환자의 약 74%가 섬유화 악화 없이 지방간염이 해소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레즈디프라의 임상 수치를 상회하는 결과다. 비만과 당뇨를 동반한 MASH 환자가 대다수인 현실을 고려할 때, 체중 감량과 간 치료를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파괴적인 잠재력을 가진다.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위고비)' 역시 MASH 임상 3상(ESSENCE)을 통해 반격을 준비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다른 기전을 가진 약물과의 병용 요법을 통해 효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2026년 이후 레즈디프라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하여, 대사 질환 전반을 아우르는 '토탈 케어' 솔루션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인크레틴 계열 약물들은 지방간염 해소에는 탁월하지만,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간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효능에 대해서는 레즈디프라나 차세대 기전 약물들과 치열한 데이터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레즈디프라와 GLP-1 계열의 싸움 틈바구니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전으로 '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신약)'를 노리는 후보 물질들도 2026년을 전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받는 기전은 'FGF21(섬유아세포 성장인자 21)' 유사체다.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의 '에프룩시퍼민'과 89바이오(89bio)의 '페고자퍼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간의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강력한 기전을 가진다. 초기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중증 섬유화(F3~F4 단계) 환자에게서 레즈디프라보다 우수한 섬유화 개선 지표를 보였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통과한다면, 초기 환자는 경구제인 레즈디프라가, 중증 섬유화 환자는 주사제인 FGF21 제제가 담당하는 식으로 시장이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 담론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미약품이 머크(MSD)에 기술 수출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는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로, 글로벌 임상 2b상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머크라는 거대 파트너를 등에 업은 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GPR119 작용제라는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다. 유한양행 역시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BI 3006337'을 통해 MASH 치료제 개발 대열에 합류해 있다. 국내 기업들은 독자 개발보다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2026년 즈음에는 이들 파이프라인의 중기 임상 결과가 도출되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들은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이 2026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하여, 2030년경에는 30조 원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판세는 '레즈디프라'라는 선구자가 길을 닦고, 그 뒤를 '비만 치료제 강자'들이 맹추격하며, '차세대 기전'들이 고도화된 무기로 역전을 노리는 형국이다. 2026년은 레즈디프라의 처방 확대를 통해 MASH 치료가 대중화되는 원년임과 동시에, 후속 경쟁 약물들의 임상 성패가 갈리며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다.

 

결국 승부처는 '환자의 편의성(경구 vs 주사)'과 '보험 급여(약가)', 그리고 무엇보다 '섬유화 개선 효능'에서 갈릴 것이다. 단순히 살을 빼고 지방을 줄이는 것을 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간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약물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비만의 시대를 넘어, 이제 인류는 MASH 정복이라는 새로운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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