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 "응급실 뺑뺑이 없도록"…대선후보들에 정책제안
간호간병통합서비스·환자기본법 제정 요구…민주·민노당 관계자 행사 참석
응급의료 정책 관련 발언 듣는 의료사고 피해자 어머니. 26일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연 '환자샤우팅카페'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인해 아들을 잃은 김소희 씨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직능본부 부본부장인 김윤 의원의 응급의료 정책 관련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환자 단체 대표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환자기본법 제정, 환자정책국 신설 등 환자 정책을 제안했다. 2025.5.26[연합뉴스 사진]
"'응급실 뺑뺑이' 뉴스를 볼 때마다 5년 전 아들이 겪은 일이 왜 아직도 반복되는지 의문이고 가슴이 아픕니다."
2020년 응급환자 수용 거부로 6살 아들 동희를 잃은 김소희 씨는 아픈 기억에 가슴이 먹먹했다. 동희는 2019년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편도제거 수술을 받고 퇴원해 2차 병원에 입원했지만 피를 토하고 의식을 잃어 부산대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그러나 병원에서 수용이 불가하다고 해 다른 병원을 찾다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됐고, 5개월 투병 후 세상을 떠났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수술 집도의가 2차 수술과 재마취로 합병증 위험이 커졌지만 이를 의무기록에 남기지 않은 데다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이 사실은 동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이 드러났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10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6일 서울 마포구 채그로에서 '환자샤우팅카페'를 열고 각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당 쪽에서는 김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직능본부 부본부장과 강은미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연합회는 다른 주요 정당과도 참석 여부를 조율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김소희 씨는 "아들의 사망으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의무와 불가능 시의 통보 기준을 규정한 응급의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돼 가지만 아직 시행규칙과 지침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후보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응급의료 정책 관련 환자단체연합회장 발언 듣는 김윤-강은미. 26일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연 '환자샤우팅카페'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직능본부 부본부장인 김윤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은미 공동선대위원장이 응급의료 정책 관련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발언을 듣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사진]
이에 민주당 김윤 부본부장은 "대부분의 응급실 뺑뺑이 원인은 인력 부족"이라며 "1천억원가량을 투입해 당직비와 응급 수술비를 올리고, 응급실 전담 전문의와 최종 치료 당직 인력을 두 배 정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24시간 365일 응급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 체계와 의무 수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응급실 뺑뺑이 해결은 민주당 공약이며 지역 필수의료 기금 등을 만들어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동당 강은미 위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응급의료기관별 환자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고, 응급의료 기금 활용 주체와 응급 처치 권한 여부를 둘러싼 직역 간 갈등을 환자 중심에서 풀겠다"고 언급했다.
연합회는 응급실 뺑뺑이 해소방안 외에도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혁신 ▲ 환자기본법 제정 ▲ 환자정책국 신설 ▲ 생명과 직결된 신약으로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강화 ▲ 1형당뇨 췌장장애 인정 ▲ 장기 이식 필수비용 국가책임제 ▲ 장기기증자 추모공원 건립 ▲ 환자 투병 통합지원 플랫폼 신설 등을 건의했다.
김윤 부본부장은 "간병 요구도가 낮은 환자를 대상으로 간호간병 편법 운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동이 아닌 병원 단위로 간호간병을 의무화해 중증 환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장기요양 1등급 환자 등을 대상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도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기본법은 이미 민주당이 발의했기에 투병 지원 플랫폼, 환자 정책국 신설 등은 법 제정과 함께 추진될 것이며 신약 관련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은미 위원장도 제안된 정책에 대체로 동의하며 "경증 환자만 선별해서 간호간병 통합 병상에 입원시키는 부작용을 개선하고 제도를 전면 확대하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료 체계를 망쳐놨는데, 제대로 된 의료 개혁을 추진해 '간병 살인' 등의 비극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정 갈등 1년 3개월 동안 환자들은 피눈물 나는 고통을 겪었다"며 "환자를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