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과다청구 칼 빼든다…AI 모델로 의심 병의원 '핀셋 포착'
심평원, '이상 기관' 적발할 맞춤형 모델 개발…"유연성·정확성 높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CI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연합뉴스 사진]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건보당국이 진료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른바 '진료비 이상기관'을 정교하게 찾아내기 위한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의료기관의 특성을 세분화하고 진료 항목별 비용까지 분석해 기존 방식보다 효과적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기존에는 단순히 같은 종류(종별)의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료비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병원마다 진료과목, 환자 구성, 지역적 특성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한계가 있었다. 소위 '가격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유사한 특성끼리 묶어 비교하는 '의료기관 유형화' 방식을 도입했다.
새로운 모델은 먼저 의원을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26개 표시과목별로 나누고, 병원은 100병상을 기준으로 2개 그룹으로 세분화한다.
이렇게 비슷한 특성의 기관끼리 그룹화한 뒤 그룹 내에서 통계적으로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진료비(ECI·Episodes-Costliness Index)를 보이는 기관을 1차 선별한다.
이때 고정된 기준값(기존 ECI 1.5) 대신 그룹별 진료비 분포를 고려한 통계적 기준(상위 75% 값+3 사분위 범위)을 적용해 유연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체 진료비뿐만 아니라 ▲ 진찰료 ▲ 투약료 ▲ 주사료 ▲ 검사료 ▲ 영상진단료 등 세부 진료 항목별 비용 지표(항목별 CI·Cost Index per item)까지 분석에 활용한다.
전체 진료비는 높지 않더라도 특정 항목에서 유독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기관까지 포착하기 위해서다.
심평원이 2023년 4분기 자료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새 모델은 기존 방식(ECI 1.5 이상)보다 더 많은 이상 기관을 찾아냈다.
의원은 322곳에서 427곳으로, 병원은 2곳에서 24곳(세분화 기준)으로 이상기관이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새 모델이 기존 기준(ECI 1.5) 미만이어서 관리 대상에서 벗어났던 기관 중에서도 특정 항목 비용(항목별 CI)이 높은 곳을 상당수 찾아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사료 항목에서 이상 징후를 보인 의원들을 분석한 결과 한 번에 여러 종류의 검사를 묶어 처방하는 이른바 '검사 세트(SET) 처방'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새 모델이 단순히 총액뿐 아니라 진료 내용의 적절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새 모델은 분기별 진료비 변화를 더 민감하게 반영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특정 기관이 계속 관리 대상에 오르는 경향이 있었지만, 새 모델은 신규 이상 기관을 탐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의원 14.6%포인트·병원 17.5%포인트 증가), 4분기 연속으로 감지되는 기관 비율은 낮아져(의원 21.9%포인트, 병원 28.3%포인트 감소) 보다 역동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심평원은 새로운 모델을 통해 의료기관 간 정당한 진료비 차이는 인정하되, 비효율적이거나 과도한 진료비 지출은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심평원은 다만 통계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심층 분석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옥 전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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