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초유의 정치혼란에 환율 폭등…'시계제로' 코스피 어디로
수급공백 속 정치 리스크발 악순환 발생…코스피 2,400선 턱걸이
환율 1,500원 육박, '대행의 대행' 현실화…"탄핵 악영향 장기화"
"연초효과·저평가 발판 반등 가능"…수출개선 및 美경기회복 기대감도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발 불안 요소를 덜어내고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원/달러 환율 급등과 정치 불안에 발목이 잡혔다.
이전주 증시 하락을 부른 미국 물가 불안이 진정되고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도 해소됐지만 주중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둘러싼 정치 불안이 커지면서 증시가 부침을 겪었다.
금주 증시도 초유의 '대행의 대행' 사태가 현실화하는 등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오히려 더 커진 정치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주중 발표 예정인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저평가된 코스피가 예년처럼 연초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29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0.62포인트(0.02%) 오른 2,404.77로 한 주 만에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직전 주말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치를 밑돌고 연방정부 임시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한 데 안도하며 주중 첫 거래일에 1.57% 반등했다.
그러나 연말 수급이 줄어들고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86.7원까지 치솟아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증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여기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둘러싸고 격화한 정치적 갈등이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는 등 정치 리스크발 악순환이 야기됐다.
지난주(23~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5억원을 순매도하며 연속 순매도 기록을 18주로 늘렸다.
기관은 5천290억원 규모 순매수세로 복귀했으나, 개인이 8천891억원 규모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업종별로는 조선·방산주가 강세를 보인 운송장비/부품(2.21%)을 비롯해 부동산(1.54%), 의료/정밀기기(1.41%) 등이 강세였고, 비금속(-4.23%), IT서비스(-3.83%), 화학(-2,68%) 등이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2.34포인트(0.35%) 내린 665.97로 2주 연속 하락 마감했다.
금주 증시 역시 정치 혼란과 고환율이라는 최대 악재 속에서 출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새벽 원/달러 환율은 서울 환시 주간 거래 종가(1,467.50원)에 비해 3.00원 오른 1,47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27일 오전 1,490원에 육박하다 다소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다시 등락을 반복하며 1,48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원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표적 스테이블코인(개당 가격이 사실상 1달러로 고정된 코인)인 테더가 업비트에서 1,500원에 거래 중으로, 이는 당국 개입 없는 역외환율로 해석 가능하다"며 "주요 저항선인 1,450원이 돌파된 이후로는 1,500원대에서의 저항을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혼란을 부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또다시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안 거부권 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에 휘말리게 됐다.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한 총리가 복귀하고 권한대행으로서 최 부총리의 결정이 무효화 되거나, 추가 탄핵 의결로 국무회의 기능이 정지되는 등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국면은 계엄의 단기 충격 이후 해결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면, 현재는 탄핵 국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은 물론 한국의 대외 신인도, 경제적 부정적 파급 효과까지 우려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예년과 같은 연초 효과로 국내 증시가 반등을 꾀할 것이라는 희망도 놓지 않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연초 5거래일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1.14%로, 여타 기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 0.11%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정치 불안과 반도체주 실적 우려 등이 대부분 선반영됐음을 고려하면 반등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진단 역시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중 발표가 예정된 주요 경제지표가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1월 1일 공개되는 한국 수출입 동향에서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면서 11월 1.4% 증가에 그친 데 비해 양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같은 달 3일에는 미국 1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로 미국 경기 회복세를 재확인할 것이란 기대가 유효하다.
2일 중국의 차이신 제조업 지수 역시 소폭 반등하면서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양도세 회피를 위한 개인 매도세가 전주에 대체로 진정되면서 금주는 다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며 "강달러가 시장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강한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반등의 준비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2월 30일 한국 11월 소매판매·산업생산
▲ 12월 31일 한국 증시 휴장
▲ 1월 1일 미국 증시 휴장, 한국 증시 휴장, 한국 12월 수출입동향
▲ 1월 2일 중국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 1월 3일 미국 12월 ISM 제조업 PMI
[기사발신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