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시모집 前 '선발 인원 축소' 가능?…정부는 '난색'
의료계, 수시 미충족 인원 未선발·정시 추가합격 제한 등 제시
정부 "대학별 모집요강 이미 확정", 혼란·소송 우려…여야의정協서 논의 가능성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의료계에선 지금이라도 2025년도 의대 선발 인원을 줄이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시 미충원 인원을 선발하지 않고 정시 추가합격을 제한하는 방식 등을 제안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미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 단체들은 대학별로 정원보다 신입생을 덜 선발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의대 선발인원을 줄이자는 대안을 여러 통로를 통해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야당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빠진 채 첫 회의를 연 여야의정 협의체에선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만큼 추후 이러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자 중 한 명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도 전날 후보자 설명회에서 "12월 말 정시 전 마지막 기차가 남아있다"며 정시 시작 전에 선발인원을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논의 중인 구체적인 선발인원 축소 방안 중 하나는 우선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식이다.
9월 접수가 끝난 수시모집의 경우 12월 중순까지 합격자를 발표하는데 이때 수능 최저점수에 미달해 불합격 처리되거나 다른 대학 중복 합격 등으로 빠진 인원은 정시로 넘겨 선발한다.
이러한 미충족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으면 대학별 정원보다 최종 선발인원이 적어진다.
아울러 12월 31일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정시모집에서 1차 합격자 배수를 줄여 추가합격을 제한하는 것도 의료계가 염두에 둔 제안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정시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 같은 방식으로 '선발 인원'이라도 조정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생각이다.
정부는 일단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대학별로 모집요강을 확정해 공지한 만큼 요강대로 선발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수험생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정부나 개별 대학이 소송 등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선발하겠다고 모집요강에 구체적으로 명시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주호 부총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이 사전 공표한 전형계획·모집요강과 달리 전형을 운영하면 학생·학부모에게 큰 피해를 준다"며 이런 방안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입시업계도 의료계 제안이 여러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실제로 이 같은 방식이 실현되면 최종 선발인원이 상당히 줄어들 수는 있다고 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넘기지 않으면 대학들이 미충원 인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수시에서 최대한으로 선발할 것"이라며 "정시에서도 대학들이 1차 합격으로 모조리 뽑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입시 진행 중에 추가합격 인원 등을 바꾸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도 "교육부에서 일괄적으로 방향을 제시해줘야 그나마 혼란이 없이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작년 39개 의대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이 33명이었는데 몇 년 전엔 200명 넘게 나오기도 했다. 정시의 경우 수시보다 중복 합격자 비율이 더 높아 추가합격 발표 차수를 줄이면 (선발)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의대 정원을 줄일 마지막 카드가 될 순 있다"고 말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